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사람 썼다 버리기 편한 플랫폼 산업, 위험은 노동자만 감수”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사람 썼다 버리기 편한 플랫폼 산업, 위험은 노동자만 감수”
  • 김효인 기자
  • 승인 2019.10.2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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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권익 개선에 노력
돈 버는 기업, 꼼수 위탁계약으로 사고책임에선 자유로워
20대 기준 연간 1800만원…과한 이륜차보험료 현실화해야
라이더유니온 박정훈위원장 ⓒ투데이신문
라이더유니온 박정훈위원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배달시장은 식품·유통업계의 ‘보다 빠른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산업 구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시장이 보편화 되면서 배달시장도 플랫폼 노동 형태로 변모했다.

플랫폼 노동이란 앱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새로운 고용 형태를 말한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 등 플랫폼에 서비스를 요청하면 이 정보를 노동 제공자가 즉각 확인 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랫폼 노동을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맛집 배달과 심부름 대행앱인 ‘띵동’을 필두로 청소와 가사도우미 인력을 제공하는 ’미소’, 보육도우미 앱인 ‘맘시터’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흔히 알려진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앱과 수많은 대리운전앱도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신속함이 요구되는 업무 특성상 사고 발생에 대한 위험성이 높다.

배달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이름 아래 더욱 악화되고 있다. 노동자 다수가 고용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사고 시 모든 책임을 떠안는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돈을 버는 기업은 꼼수로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부처는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어 배달 노동자의 안전 사각지대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모이기 어려운 배달 종사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며 배달 노동자의 인식변화와 권익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129주년 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내 최초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출범 총회가 열렸다. 초대 위원장인 박정훈 위원장은 이날 40여명의 배달 노동자들과 함께 “모든 라이더는 안전하게 달릴 권리가 있다”고 외치며 오토바이를 타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지난 11일 <투데이신문>은 홍대입구역 인근 ‘노무법인 삶’ 사무실에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을 만났다. 알바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박 위원장은 지난 2018년 ‘(배달 노동자에게)폭염수당 100원을 주세요’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현재는 라이더유니온의 위원장이자 맥도날드의 배달 노동자다.

본지는 박정훈 위원장에게 플랫폼 산업의 구조와 배달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위원장 ⓒ투데이신문
라이더유니온 박정훈위원장 ⓒ투데이신문

위험의 외주화…사람 쓰지만 위험 감수는 배달 노동자 몫

박정훈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에 대해 “잉여 인력들을 플랫폼이라는 정거장에 대기시켰다가 일감이라는 열차가 오면 태워서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통상 기업이 사람을 쓸 때 비정규직은 2년, 알바노동자는 3개월 내지 6개월 단위로 계약했다면 플랫폼 시장에서는 1초 단위로 인력을 사용하고 대기시킨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서 한 발 빠져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사고에 대한 책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 노동자를 사장으로 만들었다”라며 “오늘날 배달시장은 연간 약 20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정작 돈을 벌어가는 기업이 배달 사고의 위험에 책임을 지지 않는데 과연 이것을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노무 관리 측면에서의 비용절감과 극단적 유연화를 들 수 있다. 고용을 하면 노동자를 출근시켜야 하지만 플랫폼 시대에는 데이터만 있으면 노동자를 무제한으로 소유할 수 있다“라며 “수요와 공급에 대한 완벽한 매칭을 목표로, 바쁠 때 쓰고 안 바쁠 때 버리는 수순은 오래된 자본의 욕망이다. 과거 고용 단위가 100명이었다면 지금은 10만명, 100만명을 데이터 서버만으로 고용 비용 없이 소유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을 쓸 땐 마땅히 고용계약서를 쓰고, 버릴 때는 해고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기업이 근로기준법상 들여야 할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며 “라이더들을 공용으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달 노동자들은 대부분 플랫폼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배달 한 건당 수익을 올리는 개인사업자, 즉 ‘특수고용직’이다. 이로 인해 배달 노동자의 사고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은 지난 8월,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을 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 법안에 배달노동자들의 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배달대행서비스사업자의 규제 방식이 허가제가 아닌 인증제로 진행돼 강제력이 떨어지는 등 ‘사업자를 위한 법’이라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는 배달 노동자의 표준계약서 작성 및 안전에 관련된 문제는 ‘권고’와 ‘노력’에 그치고 있다”라며 “그동안 라이더유니온은 이륜자동차에 적용되는 과도한 보험료 문제와 산업재해 보험 가입 문제, 적정단가 보장 및 안전배달료 문제를 주장해 왔지만 이는 법안에서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고는 이륜차 정비제도와 안전교육의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벌어진다”며 “그런데 20대 라이더가 종합보험에 가입하려면 보험료 1800만원을 개인의 돈으로 내야 한다. 배달산업 규모가 20조 원 가까이 되지만 그 산업의 모든 위험과 책임은 라이더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배달노동자의 보험료가 상당히 높게 측정되는 이유로 손해율(사고율)이 높기 때문이다”라며 “현행법상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125cc 이하 이륜차를 운행할 수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이륜차 운전에 대한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륜차 관련 제도의 정비를 통해 사고율과 보험료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투데이신문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투데이신문

낮은 수수료에 ‘30분 내 배송’…초 단위 쫓겨

배달시장이 적정가를 보장하지 않아 낮은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고 높은 건수를 달성하기 위해 배달 노동자들은 시간 싸움을 하고, 도로 위에서 질주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한 개를 빠르게 배송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지만 여러 개를 빠르게 배송하려 하면 무리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하나를 빠르게 배달하고 괜찮은 임금을 받는다면 주행 중에 다른 콜을 받느라 정신없는 상황에도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이 담보된다는 점에서는 소비자와 라이더, 음식을 파는 가게와 배달대행업체도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겠지만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진다.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에게 불만이 나올 수 있기에 나온 대안이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가라. 대신 단가는 낮추자고 한 게 지금의 시스템이다”라고 전했다.

또 박 위원장은 배달 노동자 사이엔 콜 수만 많으면 금액은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경우 안전이 담보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정 금액이 수반되지 않은 빠른 배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30분 배달제를 시행할 거라면 배달의 단가를 올려야 할 것이고 배달의 단가를 올리지 않을 거라면 당연히 배달 시간을 늘리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책임에서 빠진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버는 플랫폼 독점기업은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대부분의 사회적 의무에서 자유롭다. 수많은 대기 인력을 필요할 때 자유롭게 쓰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사회의 공유자산으로 보고 새로운 분배구조를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은 마땅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의 이윤은 위험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감수하며 일하는 배달 노동자와 함께 만든 것이기에 이를 공유해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이터에는 무게가 없지만, 사람의 목숨 값에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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