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지음/ 272쪽/ 145*210mm/ 1만4000원/ 문학동네

내 이름 뒤에 ‘소설가’라는 생경한 호칭이 처음 붙게 된 1995년 이후 나는 다시는 시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시를 쓸 수도 없게 되었다. 한 인간이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배워 익히게 되면 두뇌의 기능 연결 방식에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다시는 그걸 배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어떤 소설을 쓰든 마찬가지였다. 싫든 좋든 나는 그 소설을 쓴 작가로 기억되었고 그 소설을 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본문 23~24p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소설가 성석제가 그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원고를 엄선해 다듬은 산문집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가 출간됐다. 

신작 산문집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는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본격 인생 에세이’로 세상사에 대한 통찰을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전개했다. 책에는 소설가 성석제로서, 자연인 성석제로서 살아오며 느낀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담겨 있다. 

평론가 우찬제는 소설가 성석제에 대해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소설가 성석제 특유의 입담을 잘 드러내고 있다.

1부 ‘소설 쓰고 있다’에서는 작가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문학 작품을 접했을 때의 경이로운 순간과 소설가 성석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담고 있다. 또 2부 ‘나라는 인간의 천성’은 자연인 성석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에서 만난 소중한 순간들을 통해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어 3부 ‘실례를 무릅쓰고’에서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돋보이는 글들이 들어 있다. 자연이 파괴되고 언어가 훼손되며 관계의 본질을 잊어가는 현시대에 날카롭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풍자로 응수한다. 끝으로 4부 ‘여행 뒤에 남은 것들’은 세상을 둘러보며 깨달은 것들과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생경한 풍경에서 느낀 경이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책의 저자인 소설가 성석제는 1995년 <문학동네>에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첫사랑>, <호랑이를 봤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등이 있고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인간의 힘>,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