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논란 한국특수소재, 코스파에 흡수합병
계열사 거래가 부문간 거래로, 규제 회피 물타기 의혹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애경그룹이 최근 추진한 계열사 합병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뒷말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계열 코스파는 이달 27일자로 한국특수소재를 흡수합병한다. 합병 비율은 1.00:3.27이다.

양사는 공시를 통해 이번 합병 목적을 “경영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그동안 높은 총수일가 지분과 내부거래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대상이 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흡수합병이 규제 회피를 위한 결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동차부품과 포장재 등 플라스틱 압출발포제품 등을 제조하는 한국특수소재는 제품 전량을 코스파에 전량 납품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부거래 비율이 100%다. 지난해 한국특수소재가 올린 총매출 148억원 모두 코스파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11~2017년까지 매출 200억원대, 영업이익 40억원대를 유지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결산배당으로 35억원씩을 배당했다. 이 중 오너일가에 돌아간 몫은 9억80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한국특수소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다. 한국특수소재는 애경그룹 계열사와 총수일가가 50%, 나머진 지분 50%를 일본기업 JPS가 소유하고 있다.

이중 총수일가가 지분율은 28.05%에 달한다. 고(故) 장성돈 애경유지 사장의 차남 장인원씨가 8%,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자녀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 각각 5%씩을 들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남인 채정균씨도 0.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애경그룹 총수일가 지분이 49.89%인 에이텍이 11.95%, 애경그룹 계열사 에이케이아이에스가 10%를 갖고 있다. 제품을 전량 매입하고 있는 코스파 또한 한국특수소재와 지배구조가 동일하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 또는 연 매출 12%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게다가 애경그룹은 이번 달 중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되면서 일감몰아주기 사정권에 들어서게 됐다.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총수일가에 대해 형법상 처벌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특수소재는 합병 이후 일감몰아주기 규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합병으로 동일 기업 내 부문간 거래로 바뀌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가 되면서 내부거래 요인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렇다보니 오너일가의 배당 수익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 내부거래 문제가 해소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합병 이후 구조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 전 한국특수소재가 코스파와의 매출로 성장하고 이에 따른 수익이 일본 대주주와 오너일가에 돌아간 과정에 대한 사익편취 및 국부유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합병 전 구조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와 관련해 애경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입찰 제한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재무 투명성 확보하고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일감몰아주기 규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애경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된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매출 절반 가까이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계열사 에이텍은 여전히 규제 사정권에 들어있다.

화장품·생활용품 등 플라스틱 용기 제조기업인 에이텍은 윤광호 대표이사가 지분 50%, 나머지 절반을 애경그룹 총수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28.66%로 가장 많고 채동석 부회장 17.91%, 채승석 사장 3.32%, 장 회장 0.11%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 지분만 49.89%로 윤 대표 지분까지 더하면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인 기업이다. 에이텍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내부거래 비율이 50%를 넘나든다.

에이텍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788억원을 거뒀는데 이중 애경산업을 상대로만 451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57%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특수소재 등과 달리 에이텍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내부거래를 줄여야한다. 한국특수소재와 같이 계열사 합병 또는 외부 매각도 가능하다.

일감몰아주기 해소 계획과 관련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다”며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계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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