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사진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보낸 축하 메시지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 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제 여성의 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112년 전, ‘삶의 영광을 함께 누리자’는 뉴욕의 함성을 기억해본다”며 “함께 모여 축하하지는 못하지만, 여성에 대한 응원으로 우리의 마음은 연결돼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준수, 참정권 보장을 주장한 여성의 용기가 민주주의를 전진시켰다”며 “UN Women(유엔 여성기구)이 올해의 기조로 내건 ‘평등한 세대’는 여성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평등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고 여성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현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에게 감사와 지지를 보내며, 나눔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축하 메시지의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마지막 문장이 앞의 내용의 빛을 바래게 만들었습니다. 국제 여성의 날 축하메시지에서 왜 뜬금없이 남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러낸 걸까요.

국제 여성의 날은 미국 뉴욕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운동에서 유래됐습니다. 1908년 2월 28일, 뉴욕의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 2만여명이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근로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조 설립의 자유,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give us bread but give us roses)”고 노래하며 행진했습니다.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의미합니다. 빵과 장미가 국제 여성의 날의 상징이 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이후 1975년, 유엔은 매년 3월 8일을 국제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마다 많은 국가들이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3월 8일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국제 여성의 날 행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2019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 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를 열고 있다. ⓒ뉴시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2019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 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국제 여성의 날이 한국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20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3월 8일은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지정됐습니다.

법정기념일로 지정되기 전부터 한국에서도 여성들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 나혜석, 박인덕 등 여성운동가들이 국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하면서 정착되기 시작했으며, 1985년부터는 매년 3월 8일 ‘한국 여성대회’를 개최해 한국사회의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리는 날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17년부터 여성 노동자들은 성별 임금격차에 항의하며 조기퇴근 시위인 ‘3시 STOP 여성파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4.6%입니다. ‘3시 STOP 여성파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노동하는 경우, 한국 여성은 남성과 비교할 때 3시간을 무급으로 노동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시위입니다.

여성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민주주의와 성평등의 가치를 기념하는 동시에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성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여성들의 날에 문 대통령은 뜬금없이 ‘남성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국제 여성의 날 축하 메시지에서 남성에게 감사를 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재인 정부는 일부 청년층 남성들로부터 ‘여성만 챙기는 정부’라고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의 저자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는 자신의 SNS에서 문 대통령의 축하메시지에 대해 “제발 여성의 날에는 여성에게만 감사해 달라”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눈치보지 않고 여성 인권을 개선하겠다는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행정부처가 움직이고 여성혐오세력이 움츠러든다는 걸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의 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까지 남성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성의 날에 남성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면, 감사를 표하기보다는 성차별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문 대통령의 국제 여성의 날 축하 메시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아쉬운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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