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하는 더불어시민당, 결국 177석으로 축소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180석 필요한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통해 180석 마법 지팡이 얻어
차기 대선 국면 위해서라도 열린민주당과 합당 필요

최강욱 열린민주당 신임 대표 ⓒ뉴시스
최강욱 열린민주당 신임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통합이 끝나자마자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문제가 당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전 열린민주당 후보에 대한 영구제명과 합당 불가를 밝혔지만 현재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는 180석이라는 마법의 숫자 때문이다. 177석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3석만 보태면 180석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마법의 지팡이와 같은 숫자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직전 사실상 2개의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하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다. 또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자발적으로 탈당을 해서 만든 정당이 열린민주당이다.

4.15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감정의 골이 깊어질 정도로 감정적인 싸움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적자·서자 논쟁’이었다. 급기야 정봉주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을 향해 욕설까지 섞어 가면서 비난을 가할 정도로 감정 훼손이 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열린민주당 출신 인사들에 대해 ‘영구 제명’과 ‘합당 불가’를 천명했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
 
총선 끝나고 난 후에도 각자도생
 
총선 끝나고 난 후에도 각자도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얻었기 때문에 굳이 열린민주당이 필요하지 않았다. 열린민주당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시민당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용혜인·조정훈 당선인은 각자 자신이 소속돼 있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고 양정숙 당선인은 재산 문제 등으로 인해 제명됐다. 이로 인해 더불어시민당은 17명에서 14명으로 3명 줄어들었다. 여기에 윤미향 당선인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창 시끄러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지난 18일 최종적으로 합당을 했다. 그리고 177석이라는 거대 공룡 여당이 탄생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177석이라는 거대 공룡 여당이 탄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상당한 힘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는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이 쉽지 않지만 8월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당 대표 체제가 출범하게 되면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록 총선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었지만 열린민주당은 형제정당으로 이제 하나의 정당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해찬 대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이해찬 대표 체제가 아닌 다음 대표 체제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80석이라는 마법의 지팡이
 
그 이유는 180석이라는 마법의 지팡이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177석이다. 물론 다른 범여권 정당과 손을 맞잡는다면 충분히 180석을 넘길 수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자력으로 180석을 넘기고 싶은 욕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180석은 개헌을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숫자다.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수처법 처리 위해 민주당은 4+1 여야 협의체를 만들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소수 야당들과 한배를 타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희생을 해야 했다.

177석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180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소수 정당과 각 사안마다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소수 정당에게 얼마나 많은 양보를 해야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수 정당은 그것을 빌미로 상당히 많은 양보를 강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자력으로 180석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더불어시민당에 소속돼 있다가 각자 정당으로 돌아간 당선인들은 기본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책과 비전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안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가지게 된다면 패스트트랙 요건을 갖추고, 법관 탄핵 소추안, 예산안, 각종 임명동의안 처리가 가능하다. 초강력 입법 권한을 여당 단독으로 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177석보다는 180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 대권 경쟁도 고려해야
 
또 다른 이유는 차기 대권 경쟁도 고려해야 한다. 열린민주당은 친문 지지층으로 구성된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문 대권 주자가 탄생하고 열린민주당에서 친문 대권 주자가 나온다면 자칫하면 범여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열린민주당이 범여권 분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야권으로 분류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비판한다면 자칫하면 지지층 분열로 이어지고, 이것이 대선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이 나뉘어져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맹비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봉주 전 의원의 욕설로 발현됐다. 그만큼 지지층 사이에서 감정의 골이 깊다.

계속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독자 정당 생활을 하게 될 경우 각자 지지층은 결별로 가면서 범여권이 분열되게 된다. 따라서 싸우더라도 하나의 정당에서 싸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범야권은 미래통합당 하나로 계속 뭉쳐지는데 범여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나뉘게 된다면 그로 인해 정권재창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통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지지층은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어졌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열린민주당 모두 당원들에게 일단 물어보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당원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다. 감정의 골이 깊어서 합당 반대를 외친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모두 하나의 정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하나의 정당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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