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불발 임원 위로차 근무시간에 술먹고 노래방까지
마사회 “김 회장 휴가 중 벌어진 일...바로 업부배제 조치”
해고·직권면직 중징계, 임기 남은 이사는 경고 조치 그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마사회가 김낙순 회장 부재 중 조직 최고위 임원인 상임이사들이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이다 징계를 받는 등 도 넘은 기강해이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마사회는 근무 중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간 상임임원 4명에 대해 이달 11일 해임과 직권면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마사회에 따르면 연임에 실패한 상임이사 2명과 다른 2명의 상임이사가 지난 3월 28일 낮부터 술자리를 갖고 노래방을 찾은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마사회 상임이사 7명 중 3명은 재임용되지 못했다. 마사회 상임이사 임기는 2년이다. 여기에 1년 연임이 가능한데 이들 3명 모두 연임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들의 임기는 지난 4월 6일까지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상임이사 A씨는 지난 3월 28일 함께 연임을 통보받지 못한 B씨와 나머지 상임이사 2명을 불러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술자리에 이어 2차로 노래방까지 갔다. 재임용이 불발된 상임이사 C씨는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마사회 관계자는 “당시 재임용 통보를 받지 못한 상임이사의 송별회 차원에서 점심을 먹다 술자리로 이어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술자리가 있었던 토요일 오후는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일인 마사회로서는 엄연한 근무시간이었다. 게다가 술을 마신 음식점에서 B씨는 공적 업무에 사용해야하는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으로부터 이 같은 감찰내용을 넘겨받은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초부터 감사를 벌였고 지난 11일 마사회에 징계처분 통보를 내렸다.
이들 4명의 상임이사는 감사가 결과가 나오기 전 사표를 냈지만 반려됐다.
술자리를 주도한 A씨에 대해서는 해임, 업무카드로 결제한 B씨에게는 직권면직 처분이 내려졌다. 함께 자리했던 나머지 2명의 상임이사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들이 A씨에게 불려나간 측면이 참작 된 징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와 마사회 측은 이번 사안을 무겁게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엄벌을 지시했다는 말도 전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기가 남은 이사들만 중징계를 피하게 되면서 봐주기 처벌 논란도 예상된다. 마사회를 떠날 임원들 선에서 이번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게다가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모두 마사회 조직 최고 책임자 격인 고위 임원이라는 점에서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마사회 수장인 김낙순 회장은 사건이 벌어질 당시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김 회장은 당시 몸이 아파서 휴가를 냈던 상황에 그런 일이 생겨 크게 진노했고 바로 업무배제 시켰다”고 말했다.
김낙순 회장으로서는 조직 기강 논란이 거듭되면서 리더십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근 문제는 내부 조직 관리다. 올해도 들어 고(故) 문중원 기수를 비롯한 연이은 구성원의 사망과 함께 불거진 마방심사 유착 의혹, 직원의 불법 배팅 적발 등 내부 부조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직문화 개선 요구가 어느 때 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경영 상황도 좋지 않다. 마사회는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로 ‘D등급’을 평가고 기관장인 김 회장은 경고조치를 받은 바 있다.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 회장에게 마지막이 될 경영평가 성적도 전망이 밝지 않다. 마사회 경영 지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사회 영업이익은 1204억1500만원으로 전년대비 15% 가량 감소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경마장 운영이 상당기간 중단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익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