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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입양된 자녀가 부모와 상당기간 떨어져 지냈더라도 동거·양육 기간 등 형식적 요건보다 정서적 유대를 고려해 양친자 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7일 사망한 A씨의 동생이 입양된 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980년 ‘B씨의 부모가 아이를 입양시키거나 보육시설에 맡기길 원한다’는 이웃의 소개를 받아 그해 태어난 B씨를 키우기로 했다. A씨 부부는 1980년 10월 친생자로 출생신고했다.

A씨 부부는 1985년 이혼했으며, A씨는 1988년 재혼했다. B씨는 1985년 이후 A씨의 첫 남편 손에서 자랐으며, A씨와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

A씨와 B씨는 2000년부터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으며 A씨는 그 무렵 아이를 출산한 B씨를 만나기 위해 산후조리원을 찾기도 했다.

이후 2015년 A씨가 사망하자 A씨의 동생은 이들의 양친자관계를 부인하며 이 소송을 냈다.

1심은 출생신고가 거짓이었더라도 당시 A씨 부부가 B씨를 입양할 의사가 있었고, 한동안 가족으로 함께 생활한 만큼 입양신고 기능이 발휘됐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반면 2심은 허위 출생신고가 입양으로 인정되려면 B씨 생부모의 승낙이 있거나 B씨가 만 15세가 된 이후 입양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B씨의 생부모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승낙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B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2000년 이후 서로 왕래를 재개한 점, B씨가 입양된 사실을 알고도 A씨에게 출산 소식을 알리고 자녀의 돌잔치에 초대한 점 등을 들어 A씨와 B씨 사이에 입양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신분적 생활관계 유무 판단에 동거 및 감호·양육 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면서 “당시의 처지 등을 고려해 서로를 대하는 태도 및 정서적 유대관계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관계 회복 여부에 대해 별다른 심리 및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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