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를 읽고

 

【투데이신문 정남진 기자】 한국기자협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일까.

제45대, 46대 회장을 역임한 정규성 전 한국기자협회장이 펴낸 책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를 읽다보면 뜻밖에 이 단체의 활동에 대해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협, 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등으로 불리는 단체다. 대한민국 기자들을 대표하는 공식 단체이지만 정작 일반 대중들은 이 단체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는 않다.

정규성 전 회장이 기자협회장으로서 지난 4년 간 펼쳐 온 다양한 활동과 업적을 기록한 이 책을 통해, 기자협회라는 단체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몇가지 사실들을 간추려 본다.

1. 기자협회는 누가 가입하나

대한민국의 기자들이 가입해 있는 대표적인 언론단체로 현재 회원수는 1만명이 넘는다. 회원은 대부분 전통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이다. 인터넷매체 등 신생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신규 회원사 가입은 언론사와 회원이 함께 가입한다. 가입을 희망하는 언론사는 기자협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협회는 제출된 신청서를 대상으로 기자채용의 투명성, 임금 수준,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 지 여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7인 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가입 대상 언론사를 1차로 선별한다.

지난 4년 간의 추이를 보면, 매년 15~20여 곳의 언론사가 신청해 1차에서 2~6개 언론사가 선정된다. 1차를 통과한 언론사는 협회 이사회의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 또한 엄격하다. 이사회는 1차 심사를 통해 올라 온 소수의 언론사를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벌여 1~2곳 정도를 선정하거나 아예 모두를 부결시키기도 한다. 이쯤 되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해야 할 정도다.

2. 기자협회장은 어떻게 선출하나

회원 1만명이 참가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선출한다. 예전엔 간접선거로 뽑았지만 2011년 제43대 회장 선거부터 직선제로 선거방식을 바꿨다. 그리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투개표 등 선거관리 전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다. 선거과정이 엄격한 만큼 출마자들의 스트레스도 크다고 한다. 저자인 정규성 전 회장은 “기협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며칠동안 몸살이 날 정도로 아팠다”고 말한다.

3. 기자협회장에겐 어떤 마인드가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기자들의 세계라고 하면, 냉철한 지식과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꽤 살벌한 곳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협회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섬기는 리더십’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은 이채롭다. 저자인 정규성 전 회장은 “겸손과 겸양의 자세, 더욱 더 낮은 자세”를 강조한다.

4. 한국기자협회는 국제적 연대 활동도 하나

물론 활발하게 활동한다. 세계 각국 언론단체의 국제적 조직에 해당하는 것이 국제기자연맹(IFJ)이다. 한국기자협회는 1966년 국제기자연맹 정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연대활동을 벌여오고 있으며, 이외에 국경없는기자회(RSF) 등의 단체와도 활발한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규성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뉴시스
지난 2019년 8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규성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뉴시스

5.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어디쯤일까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매년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다. 대부분의 국제 언론조직이 유럽 중심으로 운영이 되다보니, 세계언론자유지수 발표 같은 빅이벤트는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그런데, 2018년 4월 정규성 전 회장이 이끄는 한국기자협회의 노력으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계언론자유지수가 발표됐다. 아시아 최초였다. 당시 한국의 순위는 2017년보다 무려 20위가 오른 43위로 껑충 뛰었다. 그해 일본은 67위, 중국은 176위였으며, 미국은 45위였다. 이어, 이듬해인 2019년에는 한국의 순위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41위가 됐다.

6. ‘기자의 꽃’ 한국기자상은 어떻게 결정되나

한국기자상은 한국판 퓰리처상으로 불릴만큼 권위가 높다. 이 상은 한국기자협회가 1967년부터 매년 한 해 동안 신문, 방송, 통신에 게재된 기사 중 가장 좋은 기사를 골라 시상해 오고 있다. 협회 소속 동료 기자들을 비롯해 언론학자, 변호사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29회와 32회 한국기자상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한 중앙일보의 ‘덩샤오핑 사망’ 보도와 ‘김정일-장쩌민 극비 베이징 회담’은 세계 유수 언론도 낙종한 세계적인 특종으로 기록됐다.

지난 2019년 12월에는 한국기자협회가 한국기자상 50년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 ‘한국기자상’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정규성 전 회장은 발간사에서 “이 책에 수록된 수상작 한 편 한 편에는 일선 기자들의 땀과 열정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7. 프레스센터는 왜 환수해야 한다고 하나

유서 깊은 건물이다. 한국언론의 부끄러움과 영광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자리잡은 20층 높이의 한국프레스센터다. 이곳은 본래 신문회관이라는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고, 1~2층은 서울신문이, 3층은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사용했다.

변화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전 정권은 옛 3층 건물을 허물고 지금의 20층 건물을 지은 뒤 1~11층까지는 서울신문사가 쓰게하고, 12~20층까지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앞으로 소유에 대한 권리를 등기하고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맡도록 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졌다. 당시 한국기자협회가 발간하는 기자협회보는 관련 기사를 통해 “(프레스센터는) 1980년대 초 언론인들의 염원을 담아 언론계 공동자산인 신문회관 전 자산과 서울신문 자산을 토대로 설립된 공익시설”이라며 “이처럼 프레스센터가 갖는 상징성과 공적 가치를 보더라도 프레스센터는 언론계가 주인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갖고 있다”고 기술했다.

정규성 전 회장이 이끄는 기자협회는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함께 지난 2018년 6월 ‘프레스센터 환수를 위한 언론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어 그해 7월 117개 언론사 언론인 4247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1964년 8월 출범한 한국기자협회는 올해로 창립 56주년을 맞는다.

당시 군사정권이 추진하던 비민주적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 저지를 위한 투쟁의 구심체로 출범하면서 내건 기치는 ‘언론자유 수호’였다. 이후, 언론자유 수호에 이어 기자자질 향상, 기자권익 옹호, 조국의 평화통일, 국제교류 강화 등 5대 강령을 표방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정규성 전 회장이 펴낸 책의 제목처럼, 한국기자협회가 앞으로도 계속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단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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