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기본권챙취투쟁본부
ⓒ택배노동자기본권챙취투쟁본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택배 없는 날’이 공식화되면서 전국의 택배노동자들이 꿀 같은 휴일을 맞게 됐다. 이 와중에 우정사업본부는 계약업체·공공성 이탈 등을 이유로 지정일 전날 택배 접수를 강행해 정상 근무하는 집배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연대노조)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택배 물량 증가로 지친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택배 없는 날을 지정해 휴식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16일 긴급 논의 끝에 다음 달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택배노동자들의 공식적인 휴가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협회에 가입된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국내 주요 4개 택배업체에 속한 택배노동자들은 지정일에 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에도 일부 노조원들이 택배 없는 날을 정해 쉬기도 했지만, 올해처럼 택배업체들까지 참여하게 된 것은 1992년 국내에 택배업이 도입된 이후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고객사의 동의가 남아 있고, 협회 가입 업체 외에 10여곳의 소규모 택배업체도 참여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택배연대노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여름에 접어들며 노동 강도가 매우 높아졌다. 올해만 벌써 4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며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공식적인 휴가를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은 택배서비스로 보답하겠다”며 “앞으로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반가운 소식에도 집배노동자는 마냥 즐거워 할 수 없다. 

우정본부 위탁택배원은 택배 없는 날을 적용받지만 직접고용 형태인 집배노동자는 정상근무를 하게 된다.

인력이 대폭 줄어들지만 우정본부는 계약업체·공공성 이탈 등을 이유로 지정일 전날(13일) 시한성(생물 등), 개별 택배에 한해서만 접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물량의 20%이 채 안 되는 수준으로 결국 평소와 비슷한 접수량이라는게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의 설명이다.

또 우정본부는 계약택배만 접수하고 배송은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노조는 현재 배송 시스템이라면 결국 집배원에게 물량이 전가되고, 위탁택배노동자도 출근해야 하는 일이 속출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때문에 집배노조는 위탁택배원 휴식권 보장을 절대적으로 환영·지지하면서도, 집배노동자에게 택배가 전가되지 않고 위탁택배노동자가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민간 택배업체처럼 지정일 전날 택배 접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본에서 접수하는 택배가 100개라고 가정하면 이 중 80% 이상은 정기계약 물량이다. 나머지 20% 가운데 시한성 물품과 개별 택배만 받지 않겠다는 건데 이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물량의 절반은 직접고용 집배노동자가, 나머지 절반은 위탁택배노동자가 맡고 있다. 사실상 물량은 그대로인 셈이기 때문에 결국엔 집배노동자가 처리해야 될 업무량이 많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택배 없는 날이 한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우정본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