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로 아베 사임, 스가 유력으로 떠올라
자민당 사실상 스가 낙점, 의원내각제 폐단 부상

흙수저 스가, 아베 정신 이어받아
한일관계 변화 조짐 거의 없어 보여

ⓒ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상의 이유로 사임을 하면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사실상 결정됐다. 집권당인 자민당 소속 주요 파벌이 자민당 총재로 ‘스가 관방’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자민당이 당원 투표를 생략한 약식 투표를 통해 총재를 선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년짜리 총리이기 때문에 관리형 총리로 불리우며 한일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후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집권당 총재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또한 집권당 총재가 되는 것은 당내 주요 파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민당은 오는 14일 양원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394표)와 광역지자체 대표(141표)에서 과반 이상 얻는 총재를 선출한다.

우리나라는 직선제를 통해 대통령을 뽑지만 일본은 간선제를 통해 총리를 선출한다. 따라서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내 주요 파벌의 눈치만 보면 총리에 오를 수 있다.

주요 파벌에서 240표 확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자민당의 호소다파(98표), 아소파(54표), 니카이파(47표), 이시하라파(11표), 무파벌(약 30표)에서 약 240표를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다케시타파(54표)도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함에 따라 과반인 294표를 확보했다.

다시 말하면 지자체 대표로부터 0표가 나오더라도 총재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을 하기 전부터 차기 총리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다. 아베 정권 재출범한 2012년부터 관방장관을 맡으면서 아베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기 때문이다.

스가 장관은 일본 내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갖춘 정치인이다. 일본은 세습 정치를 해야 지도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스가 장관은 부모 배경, 파벌, 학벌이 없는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아무런 배경이 없는 정치인이 총리까지 오른다는 것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흙수저로 불리는 인물이 관방장관에 이어 차기 총리로 오르게 된다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특히 정치권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할아버지 때부터 세습이 되면서 정치가 집안이 탄생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 역시 외할아버지가 기시 노부스케로 일제강점기 유명한 전범이었다.

그만큼 일본은 가문의 배경이 있어야 정치권에서 출세를 할 수 있다. 가문의 배경이 없다면 정치권에서 출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국회의원을 현대판 ‘다이묘’로 불리기도 한다.

관리형 총리 유력

이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차기 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1년짜리 관리형 총리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래 총리 임기는 3년이지만 아베 총리가 임기 1년을 남겨 놓고 사임을 했기 때문에 스가 장관은 1년짜리 총리가 된다. 자민당 내 유력 정치인들로서는 1년짜리 총리를 맡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결국 스가 장관에게 순서가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베 총리의 영향력이다. 아베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했지 의원직에서 물러난다고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지만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로서는 포스트 아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또한 내년으로 연기됐던 도쿄 올림픽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의 정책을 계속 이어받고,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스가 장관만한 인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스가 장관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됐다고 해서 급격한 한일관계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스가 시대, 핵심은 트럼프 재선

급격한 한일관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본 부품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역시 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WTO 제소 역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변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여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대폭 줄였다. 경합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을 한다면 한일관계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한일관계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시대가 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맺고 싶어하겠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결국 현 상황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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