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색 택한 국민의힘, 터져 나오는 당내 불만
삼원색 불만은 결국 김종인 비대위 불만으로

삼원색을 사용한 국민의힘 당원카드 예시ⓒ뉴시스
삼원색을 사용한 국민의힘 당원카드 예시ⓒ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이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색을 결정하기로 했다. 예로부터 당 쇄신 일환으로 가장 먼저 꺼내드는 것은 당 색깔을 교체하는 것이다. 당 색깔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함께 유권자에게 가장 먼저 당 쇄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당 색깔과 로고를 변경함으로써 ‘우리는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당 색깔을 선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중요한 행사 중 하나가 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빨강, 노랑, 파랑을 혼합해 사용하는 새로운 당색을 시안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당초 18일 당색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지만 삼원색에 대해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22일 의원총회로 미뤄졌다.

당색을 결정하는데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비대위는 가능한 잡음 없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색 반대 여론은 다양하다. 삼원색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가장 많다. 삼원색이라는 것은 보수(빨강), 진보(파랑, 노랑)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으로 구성된 의원들로서는 진보의 색깔인 파랑과 노랑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당 색깔, 그것은 변화의 상징

사실 당 색깔이 변화한다는 것은 정체성의 변화를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이면서 충격적인 변화는 바로 새누리당의 당색 변화였다. 기존 한나라당 때까지 보수의 색깔은 ‘파랑’이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보수에는 ‘레드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빨간색 하면 ‘빨갱이’로 대변되기 때문에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을 금했다.

이는 보수 정당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파란색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런 보수 정당이 갑자기 빨간색으로 바꾼다고 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금기로 통했던 빨간색을 선택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쇄신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고, 결국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했다. 이후 ‘빨강’은 보수의 상징색이 됐다. 이제 대부분의 보수 인사들은 ‘파랑’보다는 ‘빨강’을 선호한다.

새누리당이 ‘파랑’을 버리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파랑’을 붙잡게 됐고, 2016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돼, 문재인 대통령까지 당선시켰다. 그만큼 색깔은 중요하다.

밀레니얼 핑크 선택했던 자유한국당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져 오면서 보수 정당은 계속 ‘빨강’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통합정당이 탄생하면서 당색으로 밀레니얼 핑크를 선택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색깔 선택이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어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색깔만 밀레니얼 핑크였을 뿐 실제로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소통이 없었다.

전통적으로 노랑은 진보 색깔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은 진보를 상징하는 뜻으로 노란색을 선택했다. 현 정의당 역시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은 이합집산이 많아지면서 당명과 당 상징색이 많이 바뀌었다. 주로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로 한정돼 그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색깔이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012년 대선 출마 때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파란색을 버렸고, 민주당은 파란색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민주당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후문이 있다.

2017년 바른미래당은 ‘하늘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다. 보수 정당이지만 개혁적 보수를 지향한다는 뜻에서 진보의 색깔이 된 ‘파란’ 계열을 사용한 셈이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지면서 국민의당은 ‘초록색’을 사용했다. 진보의 색인 파란색과 노란색이 합쳐진 초록색인 것이다.

국민의힘, 당 색깔 변화 성공할까

이제 국민의힘은 삼원색을 바탕으로 색깔의 변화를 꾀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삼원색에 대해 잡탕색이라며 비판한다. 빨강이면 빨강, 파랑이면 파랑, 노랑이면 노랑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이 있어야 하는데 삼원색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당 안에 여러 가지 정체성을 담아내겠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당 색깔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당색이었던 빨간색이 태극기 집회 등으로 인해 노후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노란색은 정의당,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 당색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만의 색깔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결국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색깔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는 것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독주에 대한 불만이 당 색깔로 터져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 색깔 선정을 놓고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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