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5의 한 원시은하단 내 은하들의 분포 ⓒKISTI
HR5의 한 원시은하단 내 은하들의 분포 ⓒKISTI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이 유관기관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 진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KISTI는 고등과학원,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우주 진화 및 은하 생성을 계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치모의실험 ‘Horizon Run 5(이하 HR5)’를 수행했다고 19일 밝혔다. Horizon Run 5는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다섯 번째 우주 진화 연구를 말한다.

KISTI는 지난 2018년 25.7페타플롭스의 계산 능력을 가진 당시 세계 11위 규모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도입했다. 플롭스는 초당 수행할 수 있는 연산 횟수를 의미하며 페타플롭스란 1초당 1000조번의 연산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해당 계산을 위해 프랑스에서 개발된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 코드 람세스(RAMSES)를 채택했으며, 누리온 슈퍼컴퓨터에서 최대 효율을 발휘하도록 최적병렬화했다.

기존 세계 최대급 우주진화 수치모의실험에서는 가상 우주 공간 크기의 한계 때문에 우주거대구조의 성장과 은하 진화와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규명할 수 없었다.

이번 HR5는 모의실험의 규모를 크게 확장해 표준우주모형에 입각한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령 기존 수치실험에서는 10개 내외의 은하단만 찾을 수 있었지만, HR5에서는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배 큰 공간에서 약 10배 더 많은 100여개의 은하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의 은하단 형성과 소속 은하의 진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또 2020년 노벨물리학상과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으로 화제가 됐던 초거대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이론적 자료가 될 수 있다.

KISTI는 HR5 실험이 우주의 팽창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상으로 제시된 암흑에너지(Dark Energy)의 정체 규명을 위한 탐사 관측 해석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는 “HR5는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으로서, 우주 거대구조와 은하의 생성 및 진화를 동시에 정밀히 기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우주론을 비롯한 은하 및 은하단의 기원을 밝히는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 권오경 책임연구원은 “이번 거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에 수행할 수 없었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라며 “다른 종류의 연구에도 확장해 혁신적인 연구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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