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민의힘-정의당 연대에 이어 민주당까지
산안법과 중복된 내용 포함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정의당 발의한 1호 법안, 국민의힘이 화답하는 형식
민주당은 산안법 때문에 소극적, 그에 대한 비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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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매듭짓겠다고 밝히면서 오랜 숙원이었던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정책연대를 끝낸 상황에서 민주당도 제정에 적극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에 재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경영 활동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일명 기업살인법을 21대 국회 정의당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후 전국 지방자치 의회 차원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대재해’를 범한 기업을 처벌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주에 대한 형사책임을 강화하고, 당해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과징금,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등 행정 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민사책임을 강화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업주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법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산안법에 이미 반영

기업체들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많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중 처벌이라면서 반발을 하고 있다. 산안법에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보다 형량이 높은 벌칙을 적용하고 있다. 형벌체계상 과실범인 산안법 위반사범에 대해 고의범과 마찬가지로 중형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안법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까지 통과가 된다면 이중 형벌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즉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안법이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면 산안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으로 모든 것을 처벌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산안법의 특별법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국민의힘이 보다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의당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물론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간담회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심상정 의원과 김 위원장이 마주쳤다.

이례적 행보 보이는 국민의힘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손을 잡았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의당으로서는 국민의힘과 손을 잡음으로써 ‘민주당 2중대’라는 오해를 벗게 하는 것은 물론 여야의 주도권을 정의당이 가져갈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

국민의힘은 노동 정책의 빈틈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틈을 노려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함으로써 노동친화적 정당의 이미지로 탈바꿈을 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면서 친기업적인 정책을 구사해왔던 국민의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보는 설명하기 힘든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이 확실히 자신의 노선을 굳혔다. 이낙연 대표가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오락가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안 제정을 약속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노동계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결국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교통정리를 했고,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산 넘어 산

하지만 실제로 처리되기 전까지 넘어야 할 산은 ‘산 넘어 산’이다. 우선 국민의힘이 적극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당 내부에서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처리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의원들이 많다.

법안의 적용범위, 형사처벌 대상 등의 범위와 처벌 수위 등 쟁점이 다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자신들이 정의당인지 보수 정당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처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대로 이미 산안법에 규정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굳이 따로 특별법을 만들 이유가 있냐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재계에서도 계속 반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처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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