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IPO 공모액 30조원 전망, 사상 최대 규모
따상 기업 등장, 주가 및 기업가치 상승 기대감 높아
공모가 과대 책정 등 거품 우려, 비교기업군도 부적절
“IPO 시장 과열, 주간사 경쟁 치열해지며 공모가 높아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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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다. 이중에는 공모가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되는 기업들도 다수 포진해 있어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금액 10조원, 상장 후 기업가치 100조원까지 언급되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IPO 주간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이 과열되는 가운데, 실제 뚜껑을 열었을 때 주가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례들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모 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향후 IPO 시장의 공모가가 하회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어 집중된 하반기, IPO 흥행 기대감 높아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의 IPO 공모가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0조907억원으로 종전 최대 공모가를 기록했던 2010년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는 코스피 4곳, 코스닥 36곳 등 총 40개의 기업이 새롭게 상장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12개에 그쳤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폭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4개의 기업이 상장하면서 상반기 전체 공모가도 5조6167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총 공모가 3650억원에 비해 15배나 늘어났다. 

상반기 상장에 나선 기업들은 대부분 희망 공모가격 구간(밴드) 상단이나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결정했다. 또 잇단 IPO 흥행에 힘입어 이른바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후 상한가)을 기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청약 1000대 1의 경쟁률을 넘긴 기업도 23곳이나 됐다. 이 과정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81조원 가량의 청약 증거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하반기 역시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크래프톤 등 다수의 기업들이 IPO에 나설 계획이다. 이중 LG화학에서 배터리 전문 자회사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최대의 IPO 대어(大漁)로 평가받는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원 규모의 공모 금액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장 후 기업가치는 100조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황이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에 걸쳐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후 공모가를 확정해 같은달 26, 27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일은 내달 5일로 예정돼 있으며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할 경우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4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12조원대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8월 중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상장이 성사되면 모회사인 카카오의 기업가치 역시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지난 수년간 네이버에 밀려왔지만 자회사 IPO 추진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달 중순 처음으로 경쟁사를 넘어섰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각각 71조원, 67조원을 기록했다.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은 공모액 5조원대, 기업가치 35조원 이상이 거론되고 있으며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IPO 추진 기업들에는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SD바이오센서 ▲롯데렌탈 ▲시몬트액세서리컬렉션 ▲HK이노엔 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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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시장 우려 “공모주 눈높이 낮춰야” 

하지만 공모주 가격 과대 책정 논란 등 IPO 시장의 거품에 대한 우려는 쉽게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PO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 대부분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실제보다 높은 가치로 상장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희망 공모가인 3만3000원~3만9000원 사이로 상장하고 따상을 기록하게 된다면 현재 4대 금융지주인 KB금융(22조8200억원), 신한지주(20조6600억원), 하나금융지주(13조6100억원), 우리금융지주(8조2700억원)를 모두 앞서게 된다. 최대 예상 시가총액 48조원을 달성할 경우에는 KB금융과 신한지주를 합해도 카카오뱅크에 못미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분증권 평가에 대해 업종 관련성, 사업 유사성, 재무 유사성 등을 고려해 미국의 로켓 컴퍼니스, 브라질의 파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의 TCS그룹 홀딩스, 스웨덴의 노르드넷 등 4곳을 지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유명 인터넷뱅킹, 국내 시중 금융지주들과의 비교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 

크래프톤 역시 자사의 기업가치를 35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비교 대상을 글로벌 콘텐츠 기업인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으로 제시하고 있어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주가수익률(PER)이 88배 이상인 디즈니를 비교기업군에 넣으면서 희망공모가를 높인 측면이 있어 무리한 가치 산정이었다는 시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디즈니는 다양한 지적재산권(IP)과 신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외에 이렇다 할 흥행작이나 신사업 개척 성과가 없다는 점도 공모가 과대 책정 비판의 근거가 된다. 특히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메가히트작이기는 하지만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시장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우려는 LG에너지솔루션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혁명에 따른 전기차 수요의 급증으로 배터리 제조사의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규사업자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기업 간 경쟁 격화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차량 배터리 제조업계는 현재 산업의 가치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측면이 있고 일각에서는 기업의 수익성이 시장의 성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상장 이후 시장의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D바이오센서의 공모가 하향 조정 사례는 IPO시장 거품 논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SD바이오센서 역시 매출의 대부분을 진단키트에 기대고 있음에도, 해외 주요 바이오 기업들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지적을 받았다. 이 회사는 결국 금융당국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했고 희망공모가 밴드는 최대 8만5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기업가치는 약 11조7000억원에서 9조원 대로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들의 공모가가 높아지는 이유로 IPO시장의 과열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 3개월 후 주가가 공모가의 3~6배 씩 오르는 종목들이 나오면서 상장 주간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간사들이 IPO에 뛰어든 기업의 요구에 맞춰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이나 또는 이를 초과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우려도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공모주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제시된 IPO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거품일 수 있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의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코스피, 코스닥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3개월 후 종가 평균 수익률은 각각 20.8%, 39.1%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인 64.3%(코스피), 64.2%(코스닥) 수준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기업들의 공모가도 높아졌다. 주간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상단 혹은 희망공모가를 초과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라며 “최근 상장한 기업들 중 공모가를 하회한 적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됐다.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발행자는 유리하고, 유통시장 참가자는 먹을 것이 사라진다. 공모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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