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7일 갑작스럽게 일정 취소
기자회견서 단일화 협상 결렬 통보
서로 책임 떠넘기기 속 지지율은
지지층 결집, 분산이냐로 나뉘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윤 후보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 측이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합의가 아니라 고려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서로가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단일화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지지율이 요동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부터 물밑에서 진행돼오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윤 후보는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서 통보해주기로 협의를 했지만 이날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윤 후보는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단일화 협상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 손을 마주잡고 만세를 부르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합의의 전권은 장제원 의원과 이태규 의원이라는 것 역시 발표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 측이 결렬 통보를 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시간과 장소를 다시 정해주면 직접 안 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여지를 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협상 결렬

안 후보는 국민의힘 측과 실무자 협의는 있었지만 전권을 받은 대리인이 아니고 내용 면에서 여론조사 방식 경선에 대한 윤 후보 입장 표명이 없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달 초부터 있었던 단일화 협상 과정 하나하나 공개했다. 양측은 정권교체 후 공동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차기 행정부는 어떤 식으로 꾸려갈 것인지 등을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태규 의원은 자신은 전권을 갖고 협상장에 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란 애초 있을 수 없었다면서 여론조사 경선 이외에 단일화 합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됐다. 28일이 투표용지 인쇄일이기 때문에 이날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일화는 깨진 것이다.

혹자는 투표용지 인쇄일 이후에도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용지 인쇄 이후 단일화는 사실상 단일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왜냐하면 투표용지에는 이미 단일화 직전 후보가 인쇄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일화가 돼서 해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사표가 된다고 홍보를 해도 해당 후보 지지자들은 해당 후보에게 투표한다. 이런 이유로 사표가 많이 나왔었다.

지지층 출렁

그런 점에 비쳐 이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단일화 효과는 감쇄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히려 투표용지 인쇄 이후 단일화를 할 경우 후보 등록하지 못한 후보의 지지층은 반감이 커지면서 경쟁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경우도 발생했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보다는 이제 완주로 가는 것이 윤 후보나 안 후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후보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운데 그런 여론을 저버렸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두 후보 모두 네탓 공방을 할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 측이 협상 결렬을 통보해왔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 소극적인 것이 협상 결렬의 원인라고 지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가운데 두 사람이 야권 단일화를 실패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윤 후보가 지지율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맏형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안 후보에 대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윤 후보 지지층과 안 후보 지지층은 더욱 갈라지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정권교체 열망을 갖고 있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을 하고 있던 지지층은 이번 기회에 두 후보 모두에게 표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주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렬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에 따른 윤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윤 후보가 직접 전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뉴시스

 

이재명 묘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 통합정부론을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를 제외한 모든 대선 후보가 연대를 해서 차기 정부를 세우자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단일화는 아니지만 대선이 끝난 후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하나가 돼서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가자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제3 세력의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들 지지층을 흡수해서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 속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은 이 후보에게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느 계기가 된다.

이런 이유로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이 앞으로 남은 열흘 동안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지율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각 캠프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수요일께 나오는 NBS 여론조사를 주목하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론조사는 협상 결렬 이후 시행되는 여론조사이면서 사실상 마지막 여론조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사전투표율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지지층에서는 사전투표를 많이 하겠다고 하면서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올 경우 이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형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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