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책짓는 아재]

▪3월 8일 화요일

인간의 의지는 유한하고 나아가 연약한 자원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소진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굳은 결심을 다진다고 해도 무한히 지속할 수가 없다. 아니, 길게 버티기도 어렵다. 결코 우리 의지를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의지와 결심은 지극히 하찮고, 귀엽다.

결심에서 습관으로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습관을 주목해야 한다. 이 결심 사항을 장기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서 일정한 습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자기계발서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습관이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나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등이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무언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하나의 루틴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할지 말지 고민하는 등 여러 불필요한 요소를 날려버리고, 그냥 정해놓은 루틴을 따라 자동으로 실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집필, 체력 단련, 악기 연습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일상이 그렇다. 심지어 인격 형성이나 영성 수련 또한 마찬가지다.

습관이 영성이다

내가 오늘 읽은 책이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작자 미상이라고 하지만, 러시아의 신심 깊은 정교회 신자라는 것은 알 수 있다(정교회는 기독교의 하나다). 국역본 제목이 <기도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수의 기도>인데, 보통 기독교 영성을 대표하는 고전의 목록에는 <순례자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져 있다. “대략 1880년대 후반 러시아 어느 시골 청년이 쓴”(7쪽) 경험담이다.

“쉬지 않고 기도하라”라고 하는 성경 말씀(데살로니가 전서 5장 17절)을 문자 그대로 따르고자 하는 열망으로 인해 그 시골 청년이 구도자의 길에 나선다. 그 여정의 첫 단계에서 그가 만난 것이 바로 ‘예수 기도’이다. 이는 동방교회 영성의 핵심에 해당한다. “거룩하신 교부들께서는 ‘예수의 기도’가 전체 성경을 요약해 놓은 것이라고 했습니다.”(74쪽)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의 철학교수인 제이콥 니들먼은 “지난 100년 동안 나온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서적”으로 평가하고, 옥스퍼드 최연소 연구원 출신 영성 작가 앤드류 하비는 이 책을 접하고 “기독교는 끝장이 났다”라는 자신의 비관적 판단을 철회했다.

예수 기도와 습관 형성

예수 기도는 매우 짧은 기도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 들으면 바로 기억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한 간구를 끝없이 반복하는 데에 예수 기도의 핵심이 있다. “이 기도를 반복하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기도를 계속해서 반복하도록 하라.”(37쪽)

주인공은 영적 스승의 인도를 따라 예수 기도를 하루 3000회 반복으로 시작하고, 이후 6000회로, 다시 1만2000회로 늘렸다. 그러다 스승이 죽자 순례의 길에 나선다. 그러나 스승이 죽자 그는 순례의 길에 나선다. 그 여정 가운데 강도도 만나고, 도반도 만나는 등 여러 사건을 경험하지만, 전체 이야기의 목표는 명확하다. 예수의 기도를 끝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기도가 흘러나오는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습관 형성과 삶의 변혁

특정 종교의 고전을 소개한다는 점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분에게는 너른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그만큼 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갈파한 작품도 달리 없다고 생각해서 소개하는 것이다. 현대 작가의 글들은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 최근의 학문적 논의를 소개하느라 분량이 늘어나고 논의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순례자가 남긴 경험담은 그 단순소박함 속에서 습관의 힘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간단히 정리하면, 습관이 답이다. 이를 풀어 말하면 –어느 번역서의 제목처럼- “습관이 영성이다.” 혹은 “습관이 인격이다.” 무언가를 당신의 것으로 하고 싶다면, 해법은 하나밖에 없다. 반복을 통해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점을 그 어떤 책보다도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 바로 <기도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수의 기도>이다. 그저 기독교인만 볼 책이 아니다. 타종교인과 비종교인을 포함한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습관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