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당대회 앞두고 지도부 고민 깊어져
전 지역에서 신규 당원 가입 러시 열풍
이재명 패했지만 당원은 계속 늘어나고
이재명계, 투표권을 부여 요청 목소리
불편한 다른 계파들, 신경전 불가피해

서울 도심에 걸린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낙선 현수막.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도심에 걸린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낙선 현수막. [사진제공=뉴시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인 민주당이지만 신규 당원의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향후 정치적 행보에 자산이 되고자 지지층 결집으로 당원 가입의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해 8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부여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들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난 후 민주당에 고무적인 일이 발생했다. 신규 당원의 가입이 급증했다는 것. 민주당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12만명 정도의 신규 권리당원 가입이 이뤄졌다. 이대로 간다면 3월 말까지 20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권리당원으로 가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특정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서울과 경기도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도 신규 권리당원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연령별로는 40대 입당자가 가장 많지만 2030세대 여성들의 가입도 늘어나고 있다. 40대 입당자가 가장 많은 이유는 40대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방송3사 출구조사 기준으로 40대 투표율이 2017년 대선보다 4.5%포인트 하락한 70.4%에 그쳤다. 대선 패배 원인이 40대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40대 당원 가입이 증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2030대 여성의 당원 가입이 증가한 이유는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성 정책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그에 따른 반발심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이처럼 당원 가입이 증가하면서 민주당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도 있다. 그 이유는 신규 당원 상당수가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지층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는 8월 전당대회 때문이다. 8월 전당대회를 장악해야 하는 이유는 2024년 4월에 예정된 총선 때문이다. 22대 총선에서 자신의 계파 사람들이 대거 배지를 달아야 다음 대선 판도가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의 수장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지층이 당원가입 러시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못 마땅해 하고 있다. 더욱이 당 안팎에서는 이 고문이 8월 전당대회에 출마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사 떠나는 이재명 상임고문. [사진제공=뉴시스]
당사 떠나는 이재명 상임고문. [사진제공=뉴시스]

계파간 신경전

민주당은 이재명계,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으로 나뉜다. 현재 당원 가입 러시가 주로 이재명계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비쳐볼 때 다른 계파의 경우에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이 이재명계가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가입한 당원들의 자격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헌·당규에 의하면 최근 가입한 당원들은 8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이 없다. 당헌·당규에는 공직 및 당직 선거권은 권리행사 시행일 6개월 이전 입당한 권리당원 중 권리행사 시행일 전 1년 이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주어진다. 즉, 당헌·당규대로 한다면 이들은 8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이 없다. 따라서 다른 계파 사람들은 8월 전당대회에서 최근 가입한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계는 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과 청년 주도로 신규 당원 가입이 이뤄졌기 때문에 보다 젊은 정당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계의 논리다. 이수진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이후 많은 분들이 민주당원으로 가입해주고 있다. 당의 변화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입당한 분들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리당원 당비 납입기준을 현행 1년 이내 6회에서 3회로 줄이면 대선 직후 입당한 분들도 권리당원으로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며 “2014년의 경우 당비 납입 횟수를 3회로 정한 사례도 있다”고 예시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은 추후에 결정할 사안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조오섭 대변인은 “현재 당헌·당규상으로는 안 되지만 비대위가 추후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면서 “만약 투표권을 드려야 한다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비대위 회의와 토론을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헌당규의 운명

이같이 민주당 비대위원회가 당헌당규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재명 지지자들은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윤호중 비대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문자폭탄이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계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문자폭탄을 날리고 있다. 이낙연계 핵심인물로 알려진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를 하자 의원들을 향해 “이낙연계라는 분들의 만행을 팩트로 알리고 싶다”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핵심은 신규당원들에게 투표권 부여 여부에 대한 논쟁 때문이다. 다른 계파에서는 신규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신규 당원들은 자신들이 투표권을 가져야 이재명 고문을 당 대표로 앉힐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이 이재명 고문을 당 대표로 앉히려는 이유는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 검찰을 동원해서 이재명 고문을 사법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야당 대표가 돼야 윤석열 정부의 사법적 압박을 견뎌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팬덤 정치가 결국 민주당을 더 수렁으로 내몰리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대선 패배를 한 후보가 곧바로 대표 경선에 나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이재명 고문은 당분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선 패장이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하는 것도,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도 더불어민주당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계가 급부상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8월 전당대회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곧 계파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과연 대선 패배한 정당이 맞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표권의 운명은

한편으로는 신규 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고 해도 표심 결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권리당원 수가 70만 가까이 되는데 10만 정도의 권리당원이 신규 가입됐다고 해서 표심의 결과에는 크게 작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굳이 투표권을 제한할 이유가 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히려 투표권을 제한함으로써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되면서 권리당원 한명이라도 필요한 시점에서 굳이 권리당원의 등을 돌리게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계파 간 갈등으로 볼 때 신규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민감한 사안이겠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숟가락 하나라도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찾아온 권리당원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신규당원의 투표권 부여를 놓고 윤호중 비대위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윤호중 비대위는 고민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투표권 부여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어느 특정 계파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윤호중 비대위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에 따른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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