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에서 친명으로…향후 권력 투쟁 운명은
대선서 패배했지만 이재명 역할론 떠올라
박홍근 선출로 친명계 입지 더욱 넓어져
이재명-박홍근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신규 당원 가입 러시, 당원 재편도 이뤄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박홍근 의원이 선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당 안팎에서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인사가 의원들의 수장이 된 만큼 앞으로의 정국은 더욱 강경 모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당내 권력 지형도 상당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으로, 친낙계는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행을 택하면서 쇠퇴할 가능성이 높지만 친명계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당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새로운 기득권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박홍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권력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동안 친문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독선적이면서 이기적인 당 운영으로 인해 당내 갈등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고, 협상파의 성격이 강하면서 그에 따라 172석이라는 거대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탄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데 조국 사태를 거쳐 지난해 재보선 그리고 올해 대선을 거치면서 지지층 분열이 생겼다. 20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다줬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그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것은 야당에게 휘둘리는 당 지도부의 모습에 실망한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법안을 완성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의 눈치를 봐야했고, 국민의힘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언론중재법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재명 상임 고문은 대선 과정 속에서 다급했던지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실현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송영길 전 대표가 다음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 극약 처방을 내놓았지만 다른 86그룹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원래 그런 정당”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기 충분했다.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민주당 안팎에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첫 번째 발자국이 박홍근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이다. 이는 친명계가 이제는 당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친명계 당권 장악
친명계가 당권을 장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과 더불어 퇴색되는 상황이고, 각자도생을 해야 한다. 물론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겠지만 미래권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친문계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상임고문으로 나뉘어 분파 과정을 겪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후 미국으로 향한다고 하면서 친낙계 인사들은 당분간 중심점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친명계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득표차가 0.7%포인트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차기 대권에 한발 앞서 가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친명계가 당권을 잡고 득세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당 안팎에서는 친명계가 앞으로 당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박홍근 원내대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친명계가 득세하는 것은 단순히 이재명 상임고문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유약했던 민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지지자들이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성 친명계는 야당과의 대화 혹은 협상파로 불리는 사람들을 ‘수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수박의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간 것을 빗대서 겉으로는 ‘민주당 사람(파랑)’이지만 속마음은 ‘국민의힘(빨강)’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박파라고 부른다. 이들을 숙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있다. 그러면서 야당에게는 강력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앞으로 여당이 될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강경한 모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25일 열린 첫 공식 회의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물론 대장동 특검법의 신속 처리를 주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유연하게 헤쳐 나가면서 야당으로서 투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그리고 특검법을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처리하려 한다. 국민의힘이 여당이 되기 전에 이른바 개혁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새로운 여야관계 설정의 첫 관문은 3~4월 국회를 민생과 개혁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개혁법안 처리 의지를 다졌다. 또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뵙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포함한 민생 입법 협상을 곧바로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확실하게 개혁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 한국은행 총재 임명 및 인사권 회동을 두고 신권력과 구권력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역시 기약이 없다. 또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발하면서 정국은 얼어붙고 있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가 개혁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대대로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도입 등으로 인해 정국은 더욱 급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원내대표가 ‘반드시 처리’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권력 재편 불가피
무엇보다 당내 권력재편이 불가피하면서 그에 따른 계파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명계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이재명 고문의 역할론도 자연스럽게 언급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앉아야 한다고 하지만 비대위원장에 앉는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이기 때문에 실현가능하지 않다.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은 지방선거 역할론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고문이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장 출마설도 나돌고 있지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를 한 것보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당 대표 도전이다. 8월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전당대회에 출마를 해서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고문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에 출마를 해서 당 대표가 돼야 하고,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해서 승리로 이끌어 내게 된다면 이 고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에 출마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 대표가 돼서 계파 정리를 한 후 친명계로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내 권력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라 당 대표 출마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