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The great heritage,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6×25cm, 2022
▶이경희, The great heritage,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6×25cm, 2022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 국내외 유수 갤러리의 다양한 작품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2022 서울아트쇼’가 지난 25일 성황리에 종료됐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서울아트쇼는 관람객에게 예술적 가치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한국미술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려 한 해를 결산하는 미술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2월 21일부터 25일까지 삼성동 코엑스(COEX) A홀에서 열린 ‘2022 서울아트쇼’에는 150여개의 갤러리의 작품을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데이비즈 살레, 백남준, 이우환 등 글로벌 거장의 작품들도 전시됐다. 이밖에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전시관, 플래시아트, 설치미술전 등 다양한 미술 전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경희, from the past-고려 은제 주전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70cm, 2020
▶이경희, from the past-고려 은제 주전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70cm, 2020

이들 작품 중 이목을 끈 것은 회화와 디지털 기술을 융복합한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다. 다양한 색감의 아크릴 오브제가 전시 벽면에 불규칙적 조화를 이루며 전시됐다. 좀 더 가까이 작품에 눈을 맞췄다. 아크릴의 투명한 이면에 ‘고려 은제 금도금 주자(注子)’가 수줍은 듯 자태를 드러낸다. 

이경희 작가는 평면 페인팅작업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의 주요 소재는 우리 고유의 문화재이다.  

이 작가는 “우리 문화재가 일본 침략과 강탈로 인해 해외로 반출돼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중 일본의 한 골동품 상회를 통해 미국으로 팔려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려의 은제주전자에 대한 애착이 크다. 현재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은제 금도금 주자는 문화예술의 르네상스였던 고려시대의 찬란함을 복기시키는 위대한 문화재다. 작품을 통해 역사성과 예술적 우수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물을 대하는 현대인의 태도와 시각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지금은 유물을 박물관이라는 실체적 공간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복제 이미지를 향유하는 시대이다. 멀리 보스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고려 은제 도금 주자의 화려한 곡선을 감상할 수 있다.   

▶이경희, from the past-신라 토우,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40×20cm, 2019
▶이경희, from the past-신라 토우,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40×20cm, 2019

이경희 작가는 온라인에서 채집한 이미지 파일을 활용한다. 과거에 존재했던 대상 즉 유물을 현재 기술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추상에 가까운 결과물은 과거와 현대라는 시공간을 연결하여 잊히지 않는 미래유산으로 지켜내야 할 당위성을 부여한다.   

작품은 주로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로 완성됐다. 아날로그 회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디지털 감성의 인공미가 더해졌다. 마치 물감이 덧칠해진 회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진처럼 두께 없이 평평하고 매끄럽다. 

“복잡한 조형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결합된 시간’을 표현하고 재해석하고자 한다. 세상이 변하는 흐름에 발맞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늘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from the past>라는 주제로 보여준 이경희 작가의 작품 시리즈를 감상하면서 <to the future>라는 제목을 덧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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