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의사로 산 故 주석중 교수
지난 20일 서울 아산병원서 영결식
“진짜 의사란 무엇인가 보여주던 분”

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사진출처=대한정맥통증학회 노환규 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사진출처=대한정맥통증학회 노환규 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환자가 회복될 때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수술할 때까지 힘들었던 일을 모두 잊는다” 고(故) 주석중 교수가 남긴 말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주석중 교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의료계 동료, 환자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주 교수 빈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장례식장 대표번호로 환자들이 조문할 수 있는지를 아침부터 물어왔다”면서 “유족 허락 하에 여러 환자들이 조문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주 교수와 안면이 없었던 일반 시민도 부음 소식에 조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1시 20분께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패밀리타운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영면했다.

당일 새벽 3시까지 응급수술을 한 주 교수는 아침 회진을 마친 뒤 잠시 귀가해 쪽잠을 자고 다시 병원으로 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나를 살려주신 주치의 선생님”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입장문을 내 “수많은 응급 환자들의 생명을 살린 고인은 정작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과 같은 인재를 잃은 것은 의료계를 넘어 국가적으로 매우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도 “세상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응급 환자 때문에 병원 바로 옆에서 지내셨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모두가 알게 되었다”면서 “교수님의 투박한 검정 구두와 자전거 헬맷을 방송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교수님이 떠난 오늘도 우리는 환자를 돌본다”면서 “교수님이 사랑하던 환자를 저희가 열심히 돌보겠다”는 다짐을 내보였다.

과거 주 교수에게 치료받은 적이 있다는 환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추모의 글을 나누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를 살려주신 주치의 선생님”이라면서 “불안해하는 내게 수술 잘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 주시고 응원해주시던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대동맥류 심장질환 환자의 보호자라는 다른 누리꾼도 “보호자 입장에서 지난 15년간 주 교수님을 뵀다”며 “그냥 실력만 좋은 의사가 아닌 진짜 의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분 중 한 분이었다”는 허망함을 표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몸 담던 아산병원서 영결... ‘비통’

고(故) 주석중 교수의 영결식은 20일 아산병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으로 치러졌다. 

조사(弔詞)를 맡은 울산대 의과대학 김승후 학장은 “뭐가 그리 급해 이리도 갑자기 가셨냐.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며 “남을 먼저 배려하던 주 교수의 자상함에 주위는 평온했다”고 기억했다.

고인과 동료로 함께했던 김홍래 교수도 전날 추도사에서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고, 새로운 생명과 위안을 전달했다”며 “수술하면서도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큰 행복이었다”고 했다.

또 “선생님의 뜻을 기려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하늘에서는 응급콜에 밤에 깨는 일 없이 편안하시길 바란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주 교수의 조카 A(32)씨는 “(고인은) 가능성이 작고 어려운 응급수술을 도맡아 하셨다”면서 “이모부가 환자 손을 잡고 밤새워 기도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영결식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 등이 보낸 추모 화환이 놓였다.

주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부터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로 근무를 시작했다. 병원 근처에 거주하며 24시간 대기하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수술실로 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20년부터는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치료한 후 수술 성공률을 98%까지 높였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인이 2015년 아산병원 소식지에 “흉부외과 의사는 항시 응급수술을 위해 대비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어 스트레스가 크고 육체적으로도 버겁다”면서도 “수술 후 환자가 회복될 때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수술할 때까지 힘들었던 일을 모두 잊는다”고 남긴 글도 함께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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