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정보 미끼 삼아 암호화폐 투자 유도
‘락업 해제’ 조건 입금 요구 후 접근 차단
비상식적 행각 불구하고 피해 지속 발생
정보격차 해소 위한 정부·기관 노력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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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유명인을 사칭한 코인 투자사기 행각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 관련 전문가들을 가장해 특정 코인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는 형태로, 다수의 피해사례가 파악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범죄 행태를 분석해보면, 이전부터 벌어졌던 코인 관련 사기와의 유사성이 엿보인다. 해외 거래소 혹은 거래소를 가장한 개인 사이트로부터의 매수를 유도하고, 락업을 미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한 뒤 잠적한다는 공통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다수의 사례가 파악됐고 피해자들도 상당수 확인되고 있지만, 투자 유의사항에 대한 정보들이 더 많이 유통돼야 한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유사 사례들이 조명된 바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전문가는 ‘정보 격차’로 인해 이러한 내용들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연령 등에 따라 정보를 접하고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채널이 다른 만큼, 정부나 금융기관 등 전통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기관에서 교육이나 규제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해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명인 믿고 투자했다 ‘낭패’

5일 본보 취재 결과 제보자 A씨는 유명 투자 전문가 박OO씨를 사칭한 이에게 코인 투자 사기를 당했다. 

A씨는 지난 3월 초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투자에 도움이 되는 중요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글을 읽고, 자신이 박씨라고 주장하는 인물 B씨와 개인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몇 차례 대화를 주고받던 B씨는 주식종목정보를 주겠다며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가입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국내 주식정보를 1~2회 알려주고, 곧 좋은 종목을 알려주겠다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4월 중순 들어 B씨는 ‘ESB’라는 토큰에 투자하면 3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고얀카’라는 사이트에서 이를 구매하도록 투자자들을 유도했다. 해당 텔레그램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은 주식을 매수하듯 이 토큰을 구입했으며, A씨도 이에 동참해 약 1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채팅방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수십억원 이상의 금액이 모였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좌측부터) 코인 관련 투자사기 범죄에 사용된 ‘고얀카’와 ‘아리아’ 실행 화면. 언뜻 보기엔 정상적인 투자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인된 거래소가 아닌 개인 사이트(또는 앱)에 불과하다.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좌측부터) 코인 관련 투자사기 범죄에 사용된 ‘고얀카’와 ‘아리아’ 실행 화면. 언뜻 보기엔 정상적인 투자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인된 거래소가 아닌 개인 사이트(또는 앱)에 불과하다.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이후 70일 가량이 지나 B씨는 ESB 토큰의 상장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조성했다가, 6월 중순경 상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시점에 이 토큰은 약 250%의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를 환금하려는 투자자들에게 현재 평가가치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얀카에 입금하면 바로 지급해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이상함을 느껴 이를 거부하자 곧장 그는 잠적했고, ‘고얀카’라는 사이트도 현재는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A씨는 사기였음을 확신하고 경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당들은 보통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추적을 피하기 위한 대책들을 다양하게 강구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 없는 패턴

A씨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전에 발생했던 사기 범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패턴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본보에서 보도한 ‘캔버스 코인’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유사한 부분들이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이들은 주식 리딩방이나 SNS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경로를 활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주식투자 정보를 미끼로 코인 투자를 유도한다. 주식 정보를 주겠다고 해서 응했는데 코인 투자를 권한다면, 이러한 사기를 의심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행각도 엿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수단을 알려주겠다고 접근하거나, 1~2회 정도 실제 주식정보를 제공한 뒤 권유하는 패턴이 자주 관측된다. 일부 사례에서는 피해자를 안심시켜 의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명인을 사칭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된 박씨를 비롯해 ‘개인투자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C은행 오OO 팀장, D투자증권 염OO 이사 등 투자 전문가를 가장하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관련해 D투자증권 염 이사는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카톡 및 문자 등으로 리딩방을 운영하지 않으며, 향후에도 그럴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공지하며 투자자들에게 사칭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자신이 투자 전문가 박OO씨라고 주장하는 인물과 주고받은 개인 메시지.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자신이 투자 전문가 박OO씨라고 주장하는 인물과 주고받은 개인 메시지.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일부 코인의 경우 해외 유명 거래소 등에 상장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정작 매수 자체는 별도의 서비스나 계좌이체 등을 통해 진행하도록 한다는 점도 수상한 점이다. 캔버스 코인의 경우 특정 유한책임회사 명의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최근에는 자체 투자 앱(또는 사이트)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서비스들은 특정인의 추천에 의해서만 가입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외부 노출을 피하고, 범죄 행위가 완료된 계정에 대해서는 접속을 차단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거래소 상장은 투자사기 세력이 단골 메뉴처럼 활용하는 미끼다. 일반적으로 코인의 거래소 신규 상장은 호재로 분류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사기 범죄 가해자들도 해당 코인이 유명 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며 피해자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행태를 자주 보인다. 때로는 코인 가격이 정말로 폭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자전거래 등을 통해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락업’을 미끼로 추가적인 입금을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사기 행각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락업이란 주식에서의 보호예수와 같은 형태로, 보통은 특수관계자 혹은 대량의 코인을 보유한 경우 대량매도에 따른 폭락 및 차익실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짧게는 3개월에서 1년에 이르기까지 특정 기간을 설정하며, 투자자 신뢰 확보 차원에서 퇴사 전까지 보유 물량을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생각해보면,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즉각 이를 풀어준다는 제안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정보 유통’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페이스북 등지에서는 유명인을 사칭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며 “사기를 당한 것은 분명 속 쓰린 일이나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하겠기에, 이러한 내용들을 소상히 보도해주길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유사한 사례들이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돼 왔고, 관련업계 전문가들과 법조인들 역시 이러한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조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정보를 접하고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채널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로 활동 중인 디스프레드 예준녕 공동대표는 이 같은 현상을 부른 원인으로 정보격차*를 지목했는데, 암호화폐라는 시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신규 시장이다 보니 정보를 찾을 곳도 많이 없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출처로 정보를 접하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정보격차: 사회적·경제적·지역적·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해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차이가 생기는 것

투자 전문가 박OO씨를 사칭한 인물이 개설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내용을 살펴보면, 충분한 정보가 없어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확인된다. 코인 투자사기 일당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노려 정보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투자 전문가 박OO씨를 사칭한 인물이 개설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내용을 살펴보면, 충분한 정보가 없어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확인된다. 코인 투자사기 일당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노려 정보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그는 “기사 등을 통해 유사한 사기사건 등이 많이 보도가 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며 “투자를 하도록 현혹하는 내용 자체가 신빙성이 없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검증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 공동대표는 이 같은 격차가 연령별로도 크게 드러날 것이라고 짚었다. 2030 세대의 경우 업계 소식에 밝고 미디어에 대한 친밀도도 높아 진위 파악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지만, 고령층으로 올라갈수록 정보를 얻거나 검증할 네트워크가 적어지다 보니 특정 정보가 진짜인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정보 격차를 해소해야 A씨와 같은 피해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를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관련해 그는 정부나 기관 차원에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미 업계 자체적으로도 각종 콘텐츠 등 다양한 차원에서 투자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업계 내에서만 유통되기에 대중들이나 정보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까지는 쉽게 닿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전통 금융기관이나 정부의 경우 고령층에게도 신뢰를 받기 때문에, 이들 차원에서의 조치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 공동대표는 “비상장주식과 관련한 유사 사기사건들도 아직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업계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투자 관련 정보들을 정리해 알리고 있지만 정부나 기관 차원에서 정책이나 교육 콘텐츠 등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사기 행각은 계속해서 암암리에 진행될 것”이라며 “업계 자체적으로도 많이 정리하고 알리고 있지만, 이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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