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우리의 작품을 알려야 할까요?” 최근 미술계는 유명 외국작가나 원로작가에 초점을 맞춰 전시, 홍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전시에서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소수의 작가들만 주목받는,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미술계의 이러한 방식에 신진작가들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신진 작가의 발굴과 지원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원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좁은 문’으로 불릴 만큼 치열하다. 예술적 재능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예술가로서 인정받기란 젊은 작가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신진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코너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고자 한다. 앞으로 온라인 갤러리 [영블러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뜨거운 예술혼을 만나보길 바란다.

# ART STORY 

△ Diamond, 2023, Lithograph, 50x70cm. 가장 가치가 높은 현물인 다이아몬드의 모습을 나타내어 화폐를 대신하는 개체의 대표로 상징화했다. 상징으로 남은 화폐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금전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Diamond, 2023, Lithograph, 50x70cm. 가장 가치가 높은 현물인 다이아몬드의 모습을 나타내어 화폐를 대신하는 개체의 대표로 상징화했다. 상징으로 남은 화폐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금전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판화 작업하는 이승종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뉴욕시립대 대학원 졸업과 타마린드 석판화 연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판화와 평면작품을 중심으로 연구와 교육 그리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들은 유학 시절, 타지 생활에서부터 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변의 엠블럼과 일상의 상징 속에서 찾아 시각화했던 주제에서부터 발전돼 왔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오랜 시간 미술을 배우고 작업을 해왔지만, 창작과 그에 맞는 적합한 매체 선정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학부 때 판화를 전공하면서 판화 작업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달라지는 생활 환경 및 변화에 따른 내용과 형식으로 확장시켜가는 시기에 놓여있다고 느끼며 이에 따라 예술 활동 방향을 구체화하고 다양한 매체를 접목해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더 많은 연구와 작업을 통해 판화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과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ARCHIVE  

△ Bitcoin, 2021, 리놀륨컷과 금박, 45x60cm
△ Bitcoin, 2021, 리놀륨컷과 금박, 45x60cm

우리 주변에는 물리적인 형태로부터 점점 가상화되고 상징으로만 남게 된 것들로 가득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돈(Money)’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지갑을 들고 다니는 일이 적어지며 지갑을 휴대하더라도 현금을 소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인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와 무통장 결제 및 휴대폰 앱을 사용한 돈의 거래가 편리함과 안정성을 가져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화폐는 여전히 그 자체로 중요하며 계속 생산돼 실물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재하는 숫자의 액수만으로 더 쉬운 거래가 가능하게 된 현대사회에서 화폐의 모습은 결국 상징으로만 남게 됩니다.

화폐만 이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상화폐, 금, 다이아몬드 등 화폐를 대신하는 상징적 개체들이 도처에 가득합니다. 가상화폐(Bitcoin)는 비물질 금융사회로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금(Gold bar)은 이제 자판기를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현물의 상징이 됐습니다. 다이아몬드는 가장 높은 가치의 기준입니다. 그런가 하면 재물을 불러들인다는 동식물들의 잔상들도 상징만 남은 화폐의 또 다른 변모입니다.

저는 이러한 소재들을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상징으로 남게 된 모습으로 화면 안에 재구성했습니다.

화폐는 새로 발행된 것이나 낡고 훼손된 것 모두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위조화폐가 아닌 이상 모두 원본이며 진짜입니다. 여기서 표현하는 상징들은 복제가 아닌 원본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것은 제가 주 매체로 사용하는 판화의 주 기능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판화 작업의 에디션들은 모두 원본이며, 원판의 존재를 통해 반복해서 찍어낼 수 있는 판화의 복수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화폐의 발행과 유사한 개념을 암시합니다.

이것들을 통해 가상 존재의 물질화, 비접촉의 접촉, 복제의 복제 시대에서 원본을 찾아가는 방식 등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작품 전체의 콘셉트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저는 화폐가 가지고 있는 금액의 가치보다는 상징으로 남게 된 화폐의 이미지를 화면 안에 재구성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Penny, 2022, 리놀륨컷과 금박, 45x60cm
△Penny, 2022, 리놀륨컷과 금박, 45x60cm

그중에서도 동전들은 가장 최소 단위의 화폐이자 무겁고 불편해서 가지고 다니기에는 활용도가 가장 낮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최근 동전을 지갑이나 주머니에 가지고 다닌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는 페니(Penny –우리나라 10원 정도의 미국 동전)를 비롯한 동전들과 지폐를 항상 소지하고 다녔습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더 발전된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상 카드결제나 이체가 안 되는 곳들이 종종 있고 어딜 가든 현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동전 작업들은 이런 저의 익숙한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미국 화폐(Dollar)는 전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이자 국제결제의 중심이 되는 돈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묘사하는 나열된 동전의 이미지는 모두 앞면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앞면에는 화폐의 액수가 나와 있지 않고 미국의 중요 인물들만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가치를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로써 동전이라는 느낌만 기억할 뿐 돈의 가치는 잊히고 인물들과 글귀(In God we trust)만 제시되는 상징으로만 남길 바랐습니다.

동전의 원형 주변은 지폐와 같은 모양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너무 디자인과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공간감도 나타내는 색의 변화를 주었는데 그 안에는 기호적인 요소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 구성안 이곳저곳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파편과 같은 모양은 정형화되고 전통적인 화폐의 가치를 상쇄시키는 요소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금박이기 때문에 금의 고귀함이 돋보이는 암시적이며 모순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 Elizabeth II, 2023, 리놀륨컷 과 금박, 45x60cm
△ Elizabeth II, 2023, 리놀륨컷 과 금박, 45x60cm

미국 화폐 시리즈와는 다르지만 엘리자베스 2세 동전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영국 연방을 비롯한 33개국의 화폐에 등장하기 때문에 가장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화폐의 상징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특히 작년에 타계하여 1주년이 되는 이 시점이 더욱 의미 깊다고 생각합니다.

△Gold bar I, 2023, 석판화와 실크스크린, 70x50cm&nbsp; &nbsp; &nbsp; &nbsp; △Gold bar II, 2023, 석판화와 실크스크린, 70x50cm<br>
△Gold bar I, 2023, 석판화와 실크스크린, 70x50cm        △Gold bar II, 2023, 석판화와 실크스크린, 70x50cm

최근 국제 환율의 변동으로 안전자산으로 금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많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국내 몇몇 편의점 자판기를 통해서도 골드바를 쉽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 작업 컨셉과 크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화폐의 또 다른 상징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동전의 표면에 가치를 나타내는 주요 인물이나 액수가 표기되듯이 골드바 또한 가치를 나타내는 순도와 무게 그리고 브랜드가 표기돼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골드바의 이미지는 가상화되고 상징으로만 남은 가장 대표적인 화폐의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골드바나 화폐가 주물로 먼저 제작돼 필요한 만큼 생산되듯이 저는 판화 작업을 통해 판에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필요한 에디션을 찍어내는데, 이러한 방식 또한 판화의 복수성이라는 특징과 같은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 ARTIST STORY  

△ 이승종 작가<br>
△ 이승종 작가

저의 작업들은 유학시절, 타지 생활에서부터 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변의 엠블럼과 일상의 상징 속에서 찾아 시각화했던 주제에서부터 발전돼 왔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오랜 시간 미술을 배우고 작업을 해왔지만 창작과 그에 맞는 적합한 매체 선정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학부 때 판화를 전공하면서 판화 작업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달라지는 생활 환경 및 변화에 따른 내용과 형식으로 확장시켜가는 시기에 놓여있다고 느끼며 이에 따라 예술 활동 방향을 구체화하고 다양한 매체를 접목해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더 많은 연구와 작업을 통해 판화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과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ART CRITICISM   

이승종 작가는 시뮬라크르의 개념을 바탕으로 판화의 특수성과 사물의 원본과 복제의 의미를 탐구하는 아티스트다. 이승종은 자본주의사회의 물질적 토대인 화폐를 주제로 동전, 비트코인, 골드바 등을 통해서 돈의 기호에 부여된 상징성을 판화 작업을 통해서 재해석했다. 이승종의 돈의 정교한 디테일은 회화적이면서도 화폐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한 듯한 재현이 돋보인다. 현재 이승종은 돈의 실제적 가치/복제본으로서의 재현적 가치 사이에서 가상/물질, 교환가치, 유통수단, 자본/생산품으로 판화와 돈의 특성을 개념적으로 풀어나가며 매체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김선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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