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음습하지만 짓궂고 천진난만하다. 밤과 어둠, 죽음과 유령, 무한과 추상, 아이와 유머. 함기석의 시세계를 마주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세계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투명하리만치 검은 유희의 난장을 아무런 제어장치도 없이 눈앞에 펼쳐놓는 것이 곧 시라는 듯이. 함기석의 최근 시집 『음시』(문학동네 2022)는 그러한 바탕 위에 세워져 있다. 시인은 양이 아닌 음을 지향하며 세계의 이면, 존재의 밑바닥, 언어와 관념의 기저를 두루 탐색한다. 음을 지향하는 시는 시인의 말처럼 “산 자의 죽은 말과 죽은 자의 죽지 않는 말 사이”를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