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대한민국 정치가 실종됐다. 오롯이 ‘민생’을 살피는 국회의원들은 온데간데없다. 국회 본회의장에선 민생은커녕 저마다의 세력을 과시하기 바빴다. 168석의 힘으로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과, 법안 처리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까지. 눈 씻고 찾아봐도 이곳에 ‘민생’과 ‘정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토록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 이것이 바로 정치의 일반적인 의미다. 우리 국회는 어떠한가. 정치가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밥 먹듯 쏟아지는 여·야 갈등에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노사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단순히 누구 편에 서서 결정할 만큼 쉬운 사안이 아니다. 그렇기에 법안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그리고 심각히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제대로 된 협의는 볼 수 없었다. 극한의 대결과 상처만 남았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불법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노조 파업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 활동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고, 숨어있던 ‘진짜 사장’과의 교섭권을 확대해 줌으로써 언젠가 해결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노란봉투법 앞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저마다의 주장도 충분히 공감 가능한 선이다. ‘노사 간 소통 확대’와 ‘무분별한 손해배상 방지’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정상적 기업 활동의 어려움’과 ‘쟁의의 일상화’를 걱정하는 경영계의 주장까지. 이들 모두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여·야 국회의원은 어떤가. 건전한 토론으로 서로 간의 의견을 공유하고 합의점을 도출했는가. ‘협상과 타협’이 정치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토록 부르짖던 민생과 직결된 ‘노란봉투법’을 눈앞에 두고 협상과 타협은 어디 있는가. 그저 여·야의 힘자랑을 지켜보는 국민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국회의원의 금배지가 고작 6g이라고 해서, 책임감의 무게조차 6g에 그쳐서야 되겠나. 빛바랜 금배지를 바라보며 민의(民意)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때다. 민의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무책임한 정치의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이들은 국민이며,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결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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