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수 지음 | 260쪽 | 140×210 | 세종서적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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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재단에 연락해서 전세사기피해확인서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주거복지재단은 허그의 승인을 받은 후에 전달해주겠다고 했다. 그 답변을 받고 잠시 후 허그에서 연락이 왔다. 전세사기피해확인서는 긴급생계지원비가 아닌 무이자 전세 대출 지원을 위한 확인서이기 때문에 나에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세사기피해확인서는 긴급생계지원금 신청을 위한 필수 서류라고 말하니, 그럼 천안시청에서 자신들에게 요청하면 해당 확인서를 전달할지 여부를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절차가 까다로울 거라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알아볼수록 뭔지 모를 싸함이 느껴졌다. 천안시청에 전화를 걸어 허그와 주거복지재단에서 들은 대로 설명한 다음, 전화를 끊고 천안시청 담당 공무원과 허그 담당자 앞으로 메일을 보냈다. 메일 제목은 ‘전세사기피해확인서 지급 요청을 위한 요청’이었다. 천안시청 담당 공무원이 허그로 지급 요청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나는 허그로부터 전세사기피해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무려 한 달이 걸렸다. _186p, ‘긴급생계지원금과 신라면 스무 개’ 중에서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전세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범죄는 2023년 10월 16일 기준, 400명 넘는 피해자가 나왔다.

이렇듯 무려 50년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온 법과 제도의 허술함에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와중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간이 출간됐다. 

지난 2일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무기한 연장’을 발표하는 합동브리핑 자리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책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바로 도서 〈전세 지옥: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다.

이 책은 파일럿을 꿈꾸며 착실히 살아가던 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전세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시청, 법원, 경찰서, HUG, 주거복지재단을 쫓아다니며 써내려간 820일의 기록을 담았다.

1991년생 청년이 당한 전세 사기 일지

2020년 7월 천안시 두정동 OOO 빌라 1004호 가계약 및 입주/ 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 신청

2021년 7월 경매 통지서 확인/ 해외취업 프로그램 합격/ 퇴사

2021년 12월 헝가리 기업에 합격 및 출국

2022년 7월 전세대출금 2년 만기 도래/ 12월 헝가리 기업 퇴사

2023년 2월 한국으로 입국/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자 첫 번째 사망

2023년 3월 아르바이트 시작

2023년 4월 OOO 빌라 전 세대 모두 낙찰/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자 2인 사망/

          정부의 경매 중지 선언/ 임시 구제책 시행

2023년 5월 OOO 빌라 건물주와 부동산 사장을 상대로 형사고소 접수/ 대전 MBC와 인터뷰 진행

           새로운 집주인과 확약서 작성

2023년 6월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정식 구제정책 시행/ OOO빌라 경매 종국

2023년 9월 용인 본가로 이사/ 주소 이전

하루 아침에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과 마주한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 벌어진 일을 처절하리만큼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자들에게는 격려와 응원을, 전세를 얻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본인이 저질렀던 실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또한 2020~2021년 당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천 미추홀구와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천안 지역 피해자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르포르타주의 성격도 가진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현 시대에 대한 고발문이자 투쟁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며 “지금 어떤 집에서 살고 있든,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전세 제도의 심각한 맹점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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