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미약 인정 안돼…“타인 생명 도구삼아”
검찰은 사형 구형…성장 환경 양형서 참작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6월 2일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6월 2일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부산에서 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24일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정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10년간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을 요청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정씨 측은 양극성 장애 등 심신 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씨가 범행 과정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이 상당히 주도면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물의 변별력을 분별할 능력이 미약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일반적인 사람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볼 정도의 행동은 아니다”며 “피고인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 대학 진학과 취업 등 계속된 실패에 따른 무력감, 자신의 삶을 외면하고 타인으로 살고자 하는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욕구가 내면에 쌓였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생각해 오던 살인, 시체 유기 범죄를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타인의 생명을 도구로 삼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씨가 총 21차례 낸 반성문에 대해서는 “많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반성문에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체포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모습은 마치 미리 대비해 둔 것처럼 작위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씨의 성장 환경이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없지만, 피고인에게 비정상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하고 사회 규범 체계를 내재화하지 못한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의 성장 환경에 비춰본다면 개인에게만 묻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판단을 내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 선고를 내렸다. 더불어 정씨가 범행 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도 양형 사유로 참작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며, 치밀한 범행 준비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점,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점은 살펴보면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할 사정은 충분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법제상 사형 외 가장 무거운 형벌인 무기징역 형을 가해 피고인으로 하여금 향후 기간의 정함 없이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경 중학생인 것처럼 꾸민 뒤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A씨(20대)의 집에 들어가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한 공원 풀숲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씨가 새벽에 혼자 여행용 가방을 든 채 이동하던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정씨는 과외앱을 통해 54명에게 접근했으며, 이들 중 혼자 거주하는 A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정씨는 해당 범행을 저지르기 전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20대)씨와 C(10대)군을 유인해 살인하려다 미수로 그친 혐의(살인예비)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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