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머그샷 관련 개정안 7건 발의해
정유정 사건 후 신상공개 논란 재점화
과거·후보정으로 인해 실물과 차이 커
법사위 “실효성 확보 방안 모색할 것”
전문가 “대책 마련·재범 방지 위해 필요”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뒤 신상이 공개된 정유정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뒤 신상이 공개된 정유정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정유정의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직접 촬영한 뒤 공개하는 일명 ‘머그샷(Mug Shot) 공개법’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때 과거가 아닌 현재 인상착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피의자 얼굴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같은 당 송언석 의원도 지난 1월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 결정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해 피의자 식별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필요할 시, 수사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촬영한 사진 및 영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신상 공개할 때 얼굴을 가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안을 여러개 발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경우, 아예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이형석 의원은 피의자 신상 공개 시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 영상물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용민 의원은 최근 1개월 이내에 촬영된 얼굴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무소속 이성만 의원은 피의자 신상에 관한 정보 공개 방법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잇따른 지적…여야 한 목소리

이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이유는 공개된 사진과 실제 얼굴이 너무 달라 신상 공개 제도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현재 피의자의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경찰은 통상적으로 신분증 사진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오래전 촬영했거나 후보정 작업을 거친 사진이었다. 

실제로 정유정의 경우, 지난 1일 증명사진이 공개됐지만 이튿날 포토라인에서 검은색 벙거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눈 밑까지 쓰는 등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등장해 논란이 됐다.

공개된 정유정의 증명사진은 고등학교 동창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실물과 차이가 있어 머그샷 공개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은 ‘살 빼고 화장했을 때 사진’, ‘안경 벗은 사진’ 등 보정된 정유정의 증명사진 등을 게재하며 신상공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동료 역무원을 스토킹하다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 전주환의 사진이 공개됐을 때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외에도 노원 세 모녀 살해 피의자 김태현, n번방을 처음 만든 ‘갓갓’ 문형욱, 그의 공범자 안승진,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등도 검찰에 송치로 인한 포토라인에 서기 전 신상공개된 사진과 차이가 있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관련 법 개정을 거쳐 범죄자 머그샷 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에 의해 공개되는 사진은 주민등록용 사진이 대부분인데, 이마저도 포토샵 등의 변형이 가해져 실물과 차이가 크다”며 “이번 정유정 사건을 계기로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여야 간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되고 있는 만큼, 법사위는 이 문제를 조속하게 논의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을 도모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실효성 높일 수 있을까

현행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는 지난 2010년 연쇄 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시행됐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국민 알 권리 및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 △피의자가 청소년(만 19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등 요건을 충족시킬 시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어떤 사진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는 것은 물론 당사자의 허락 없이 머그샷을 공개할 경우 피의사실공표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도 피의자가 특정인임을 식별 가능한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은 피의자 신분증에 첨부된 증명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31명 중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단 1건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 살해한 가해자 이석준(26)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방지, 범죄 예방 등의 목적을 지닌 신상공개제도인 만큼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피의자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백석대 송병호 경찰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신상공개제도는 피의자의 인권보호 측면에서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며 “실제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반 국민들을 위한 예방 대책 마련, 재범 위험성 감소 등을 위해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의 합의로 관련 법안이 조속히 추진돼야 하는데, 앞서 전문가 의견은 물론 여론 조사, 공청회 등 국민들의 여론을 파악, 반영해 피해자 보호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후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 등이 머그샷 활용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