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날 ‘교권 회복’ 중심 조례 발표
기존 차별받지 않을 권리·휴식권 등 제외
학생·시민사회단체 반발…“후퇴한 예시”

서울 마포구 소재 모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마포구 소재 모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교육부가 교권 대책의 일환으로 시·도교육청에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권고하면서 교육청이 참고할 수 있도록 조례 예시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예시안에 교육 3주체인 교원, 학생,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담았다고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학생 인권에 대한 내용이 제외돼 학생 인권이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전날 학교생활과 관련한 학생, 교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담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교육청에 안내했다.

예시안은 교육 3주체(학생·학부모·교원)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학교 구성원 간 민원·갈등이 발생했을 시 처리·중재 절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각 교육청은 조례 개정에 돌입할 경우 예시안을 참고할 수 있으나 강제사항은 아니다.

현재 17개 시·도 중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곳은 서울·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으로 총 7곳이다. 앞서 지난 7월 교육부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각 교육청에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권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교육당국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과도하게 보호해 교권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보편적 인권을 나열하고 있다”며 “학생의 권리가 지나치게 강조된 반면 권리에 따른 책임은 경시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정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정당한 권리행사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교육활동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 정립 및 질서 있는 학교문화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부의 예시안은 학생 권리과 비교해 다소 소홀히 여겨졌던 학생의 책임을 강조하는 등 학생·보호자·교원의 권리와 책임을 균등하게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개성을 실현할 권리, 휴식권,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 기존 학생인권조례에 수록됐던 보편적 권리들은 제외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교원·보호자의 권리는 존중받고 균형 있게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학교구성원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가 형성돼 공교육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가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및 개정 추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가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및 개정 추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생 인권이 후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중 권리에 관한 조항이 후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으며, 서울학생인권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등 학생 인권 단체는 30일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의회의 폐지안 발의에 대한 효력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시민사회단체도 반발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예시안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을 모두 보호해야 할 조치를 마련해야 할 교육부가 충분한 고민 없이 학생인권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실책을 은폐하려고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 그 어느 누구의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을 노골적으로 축소시키려는 악의적인 조치”라며 “조례 예시안 배포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을 학교 현장에서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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