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권보호 종합대책 발표
방문 시 카카오채널로 예약해야
교권침해 자문 ‘우리학교 변호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현장 체감 교원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현장 체감 교원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전국 교사들이 교권회복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모든 초등학교 전화에 녹음기능을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년부터 서울지역 전 초등학교 전화 녹음기능 설치와 함께 교권침해 사안 발생 시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를 학교마다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원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지난달 2일 발표한 ‘우선 추진방안’을 한층 더 구체화했다.

세부 내용은 교사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부모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문제학생 지도’에 대해 예방부터 치유까지 현장에서 체감하는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24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교육청은 먼저, 현재 모든 전화의 녹음기능을 갖춘 서울 초등학교 비율(34.2%)을 10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동료 교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동료 교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학교 방문 절차 까다롭게...

단순 민원은 ‘챗봇’이 담당하고, 방문 민원은 절차를 까다롭게 한다.

민원상담 챗봇은 학사일정, 입학, 현장체험학습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의들을 담당한다. 챗봇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은 콜센터(1396) 상담원을 연결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또 학부모 등이 학교 방문 상담을 원할 경우 학교별 카카오채널을 통해 사전 예약을 거치도록 한다. 입실과 퇴실은 인솔자의 인솔을 거쳐야 한다.

교육청은 이 같은 사전예약시스템을 올 11월부터 희망학교 88개교에서 시범 운영한 뒤 내년 2학기 희망학교에 한해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수업이 이뤄지는 공간과 분리된 상담실도 도입한다.

교육청은 올 연말 초등 4개교에서 이를 시범운영 후 확대할 예정이다. 별도 상담실에는 AI를 활용한 영상감시시스템을 설치해 예기치 못한 위험상황을 감지한다.

윤석만 교육청 안전총괄담당관은 “영상은 녹화하되 소리는 녹음되지 않도록 한다”며 “설정된 표준 프로토콜에서 벗어나면 AI가 위험상황으로 인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현장 체감 교원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현장 체감 교원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학교 변호사’, 5~10개교 담당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부터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체계도 갖춘다.

우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의 경찰 수사·조사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 지원을 강화한다.

교육청은 학교가 필요할 때마다 법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우리학교 변호사’를 둘 수 있도록 내년 학교당 265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학교마다 상주 변호사를 둘 수 없기 때문에 변호사 1명이 같은 지역 5~10개교 정도를 담당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또한 교권보호위원회 의결 없이도 소송비 지원이 가능하며, 소송 전이라도 비용을 선 지원한다. 단, 소송결과에 따라 교원의 유죄로 판명 날 경우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교원이 엮인 분쟁 상황을 중재하고 화해 및 사후 관계 개선까지 지원하는 교육활동보호지원단(샘벗)도 운영한다. 샘벗은 올 2학기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시범운영 중으로, 시범운영이 종료되는 내년 2학기 11개 모든 교육지원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아동학대 및 교육활동 보호 체계는 ‘SEM119’라는 이름의 교육지원청 단위 신속대응팀이 총괄한다.

학교가 요청할 경우 교권 침해 사안의 처리 과정을 지원하고,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할 경우 교원의 생활지도가 정당했는지 검토하며,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를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9.16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9.16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학생 문제행동 예방, 중재 담당 배치

생활지도 불응 학생에 대한 지도방안도 마련한다.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인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에 담긴 ‘교실 분리’에 대한 구체적 지도 단계를 제시한다는 목표다. 분리 방식, 분리 공간, 담당 인력 등에 대한 내용들이 담길 예정이다.

교육청은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초·중등별 지도 방안을 마련 중이며, 내달 개발을 완료해 즉시 학교 현장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11개 교육지원청별로 교원 연수도 실시한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지도 불응 행동을 교사가 오롯이 감당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인력도 양성 및 파견하기로 했다.

특수교육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예방·중재하는 PBS(긍정적 행동 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를 일반 학생까지 확대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서울PBS’ 전문가는 행동중재전문관, 행동중재전문교사, 긍정적행동지원가로 구성된다.

행동중재전문관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서 활동하며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집중 지원한다. 현재는 교육청에만 2명이 있지만 2026년까지 11명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행동중재전문교사는 교내에서 발생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예방 및 중재한다. 교육청은 내년 1학기 행동중재전문교사를 양성해 희망하는 13개교에 2학기 시범운영 후 확대할 예정이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비상벨’ 시스템도 도입

긍정적행동지원가는 퇴직 교원을 활용한다.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를 직접 지원하는 역할이다. 내년 1학기 33명을 양성해 시범운영 후 2026년 220명까지 연차 확대할 계획이다.

특수학교에서 실시 중인 ‘비상벨’ 시스템도 희망하는 일반 학교에 도입한다. 돌발적 상황에 놓인 교사가 비상벨을 누르면 동료 교직원들이 투입돼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구자희 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에서도 정서행동 문제나 ADHD를 가진 학생들이 돌발 행동을 모이면 교사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갑자기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삼구 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비상벨은 카페나 식당에서 종업원을 호출하는 식의 방법도 있고 온라인상에 벨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며 “희망 학교가 원하는 방향을 파악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단위 학교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인력을 채용할 경우 교육청이 인건비를 지원한다. 대상은 공립 초중고 및 특수학교 70개교로, 학교당 약 70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학생들이 어린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초단기 학습지원튜터를 남은 2학기 동안 약 300여명 추가로 지원한다.

공립초 배치율이 61.0%에 불과한 초등 전문상담인력도 1000명 이상 과밀학교를 시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와 서울시의회 협조가 필요한 내년도 교권보호 예산 및 인력 지원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교권보호 4법도 여야 합의로 통과된 만큼 이견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성배 교육청 기획조정실장은 “(내년도 예산이 축소되더라도) 교권보호 과제들은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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