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정부가 구글이나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착수할 방침이다. 거대 플랫폼사의 독과점과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민사회에서는 관련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가운데 IT업계를 중심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한기정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무회의 현안보고를 통해 ‘플랫폼경쟁촉진법(가칭)’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핵심 사업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최혜대우 요구 등 4가지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정기준은 플랫폼 산업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독점력 남용은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하며, 지정 과정에서는 사업자들에게 사전 의견제출, 사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할 방침이다. 

다만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규율 대상에서 제외한다. 시장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거나 경쟁제한 폐해를 상회하는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는 경우, 타 법률 준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관련법 제정안 마련 및 발의를 위해 관계부처 및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규제기관 대응이 플랫폼 시장의 빠른 독과점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이들의 반칙행위를 사전에 예방해 사업자 간 경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에서 모든 기업들이 편법과 반칙 없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해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IT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미 공정거래법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전규제까지 더해지면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기업의 성장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글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의 모임인 디지털경제연합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새로운 사전규제에 대해 자율규제 중심의 현 정부 국정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며, 이중규제로 인한 과잉제재와 시장위축, 행정낭비 등의 부작용을 낳아 기업과 국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봉쇄하고 투자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 자국 산업 보호와 소비자 영향력, 미래산업 동력 등을 고려해 플랫폼 관련 법안을 폐기하는 등 각국 상황에 맞춰 서로 다른 정책 방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19일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생색내기 독점규제법’이라고 논평했다. 늦게나마 관련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미 국회에 제출된 20여개의 법안에 다 담겨있는 내용인데다 새롭게 나온 부분들은 모두 플랫폼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것들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특정 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 속도가 빠르고 독과점적 지위가 고착되면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규제 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법안 제정이 조금만 늦어져도 독과점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뜻이다. 

참여연대 측은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남용을 규율하고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제재할 때 플랫폼 산업의 혁신은 유지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으로 플랫폼 영역의 독과점 행위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번 국회 내에 독과점 규제법과 공정화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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