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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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약 5000억원의 미수금 사태를 낳은 영풍제지는 시장 감시를 피하고자 오랫동안 조금씩 시세조종을 해 700%가 넘는 급등을 한 사례다. 반면 고작 열흘 만에 연속 7회 상한가로 약 8배 넘게 치솟은 와이더플래닛의 사례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 충분하다.

지난 8일 와이더플래닛은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자금 조달 목적으로 19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3자배정 대상은 이정재(313만9717주), 정우성(62만7943주), 위지윅스튜디오(62만7943주) 등이다. 

시장에서는 배우 이정재의 지분 취득을 주목했는데 이는 최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의 친분으로 정치테마주로 엮여 급등했던 대상홀딩스 때문이다. 한 전 장관은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가 기정사실화돼 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와이더플래닛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AI 관련주이기도 해서 ‘정치테마+AI테마’로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와이더플래닛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고 지난 14일에는 하루 동안 거래를 정지시켰다. 지난 15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이 과열되자 거래소는 지난 19일에도 와이더플래닛 거래를 정지시킨 바 있다. 

거래가 재개된 20일에도 와이더플래닛은 상한가로 직행했다. 그러나 이후 21일에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거래량만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날 거래대금은 약 33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당시 와이더플래닛의 시가총액의 3배 수준이다. 이중 90%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매매였으며 유통주식 회전율도 270%를 상회했다.

즉, 단타 목적의 개인투자자들이 몰렸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패턴은 그동안 테마주에서 자주 발행하는 현상으로 FOMO를 이용해 기존 주가를 끌어올린 세력들이 물량을 고점에서 떠넘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주식은 자금이 많이 몰리면 오른다. 그러나 그 자금은 한계가 있다. 더 이상 해당 주식을 사줄 투자자가 없으면 상승을 멈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해당 주식에 뛰어들만한지 회사의 현재가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가 미래 유망한 섹터라는 점은 맞다. 그러나 시장 규모와 성숙도 그리고 해당 회사의 사업성과 포지션 등 매수 할 만한 근거가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특정 정치인과의 단순한 친분이 회사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줄 수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특정 테마로 단기간에 급등하는 종목이 이슈화되면 투자철학이 확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FOMO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단기 급등하는 테마성 짙은 주식에 투자하고픈 욕망이 갈급해진다.

단기와 장기 그리고 중기투자자 등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스타일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함에도 테마주에 유입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단기투자자에서 강제적으로 장기투자자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투자자들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투자스타일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웠다.

투자 스타일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라면 단기투자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조지 소로스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엄청난 이익을 거뒀다. 중요한 건 철저한 시장 분석과 자기 통제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물며 경마에서도 기수의 능력과 말의 성적 기록, 경주 조건 등을 분석하고 전략을 짠다. ‘믿음’과 ‘카더라’에 의존하는 투자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실적과 무관한 테마주의 급등이 지속될 때 흔히 주식쟁이들이 하는 전망이 있다 “더 심한 바보가 나타나 주식을 사주지 않으면 상승은 끝난다”고.

일명 한동훈 테마주로 엮여 급등한 와이더플랫닛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테마주 부활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의 시장감시와 투자자들의 신중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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