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br>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아우디가 지난해 수입차 판매 3위 자리를 지켜냈다. 아우디 입장에선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1만7018대를 판매한 볼보가 3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아우디가 1만7868대를 판매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 나갔다. 아우디가 독일 3사의 명맥을 유지한 순간이다.

아우디가 3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운 숨은 공신은 누구일까. 아우디만의 뛰어난 디자인, 우수한 성능일까.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적재적소에 차량을 수입한 수입사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아서일까. 아우디는 이 숨은 공신을 찾아 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 않을까.

아우디가 ‘숨은 1등 공신’을 얼른 찾도록 자그마한 단서를 주고 싶다. 국내 수입차 소비자 대다수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차량을 구매한다. 일부 수입차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딜러사’에 소속된 ‘딜러’를 통해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 흐름은 여전히 건재하다.

즉,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서 긴밀하게 스킨십하는 이들은 바로 딜러다. 제 아무리 우수한 차량을 수입해 온다 한들, 소비자를 설득할 딜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전장의 최전선에서 맞서 싸울 병사 없이, 장군으로만 구성된 부대를 상상해 보라. 과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 당연한 사실을 앞에 두고, 지난해 12월 아우디의 한 딜러사는 한 지방 영업장을 돌연 폐쇄했다. 그 어떤 예고도 없었다.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딜러들은, 갑작스러운 운영 중단 ‘통보’에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 영업장 폐쇄를 두고  수입사는 ‘아우디의 실적부진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딜러사는 ‘실적 부진으로 인한 결정이 맞다’고 답했다. 벌써부터 불협화음이다. 소속 딜러들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

‘영업장 폐쇄’가 쏜 신호탄의 총성이 너무나도 크다. 이 소리에 타지방 영업장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수많은 딜러들이 떨고 있다. 먼 훗날, 수입차의 온라인 판매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상상하고 싶지 않은, 오지 않길 바라는 미래다.

업계는 지방 영업장 연쇄 소멸 가능성을 점친다. 이 같은 사례가 추후 숱하게 반복될 것이라 말한다. 비극을 막기 위한 방안은 현재로서 없어 보인다. 노동자를 보호할 기업 의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영업장 폐쇄를 시작으로 지방 영업장이라는 도미노 블록이 하나, 둘 쓰러질 것이다. 거대한 블록 아래 속수무책으로 놓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하나.

새해가 밝고, 폐쇄된 영업장에서 일하던 딜러에게 안부 인사를 보냈다. 그 누구도 이들을 챙기지 않으니, 괜스레 마음이 간 연유다. 평온하지 않았겠지만, 그간 평온하셨는지 물었다. 잘 지내지 못했겠지만,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신지 근황을 여쭸다. 

돌아온 대답은 아우디가 아닌, 다른 독3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단다. 지금은 집에서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며 애써 웃어 보인다. 그의 밝은 목소리엔 알 수 없는 짙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수년 동안 아우디 소속으로 일하면서 참으로 고생했을 그의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 흐릿하게 보인다.

그는 부모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소중한 가정의 가장이자, 솜털 같은 자식의 아버지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의 남편이다. 그에겐 책임질,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 그렇기에 밤, 낮 없이 일한다. 감탄고토. 아우디의 판매 실적을 위해 흘린 딜러의 땀이 그들에겐 많이 쓴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도 땀을 흘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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