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판매 해마다 25% 증가…2030女, 굿즈 개념으로 구매하기도
최근 4년간 레바논 태생 와즈디 무아와드의 비극 <화염> 판매 1위

국내 유일의 희곡 전문브랜드 ‘지만지드라마’의 인기 희곡도서 [자료제공=지만지드라마]
국내 유일의 희곡 전문브랜드 ‘지만지드라마’의 인기 희곡도서 [자료제공=지만지드라마]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시, 소설 등 문학도서 판매가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희곡 판매는 해마다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북스(대표 박영률)가 2019년 론칭한 국내 유일의 희곡 전문브랜드 ‘지만지드라마’에 따르면, 희곡 판매량은 매년 25%가량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별 다른 영향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희곡 작가 욘 포세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가을날의 꿈 외>와 <이름/기타맨>이 연간 평균 판매량의 20∼30배를 기록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교보문고에서 소설 판매액이 전년 대비 5.9%, 시·에세이 판매액이 7.2% 줄어든 것과 예스24에서 시·소설 판매가 전년보다 16.6%, 에세이 판매가 12.1%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커뮤니케이션북스 황인혁 출판본부장은 “자사 브랜드 도서 판매량 상위 100종 가운데 2020년 10종에 불과했던 희곡이 2023년 25종으로 늘어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그는 “욘 포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독자들이 희곡을 문학 독서의 한 장르로 편입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연극의 주요 관객인 20∼30대 여성들이 연극 대본인 희곡을 굿즈 개념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도 책 판매 증가의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동안 뮤지컬 등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포토카드, 티셔츠, 우산, 가방 등 다양한 굿즈가 선보였으나 연극에서는 마땅한 굿즈 상품이 없었다.

이밖에도 한예종 연극원, 중앙대, 동국대 연극영화과 등의 대학 입시 자료로 희곡이 채택되고 있는 데다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연극이 정식 과목으로 채택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직장 내 희곡 읽기 모임이나 연극동아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희곡 판매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서에 부담감을 덜 느낀다는 이유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희곡 읽기 모임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지만지드라마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말까지 4년간 자사 희곡도서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이 팔린 희곡은 레바논 태생 퀘벡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가 10여 년에 걸쳐 쓴 <화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염>은 1970∼1990년대 레바논 내전의 상처를 그렸으며, 2003년 발표된 작가의 4부작 비극 중 두 번째 작품이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2012년에는 원작인 연극으로도 국내 소개됐다. 한국 희곡에서는 서울예대 교수를 역임한 이강백 작가의 초기작 <파수꾼/보석과 여인>이 전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화염>에 이어 많이 팔린 희곡 10대 도서는 <하녀들>(장 주네/프랑스), <가을날의 꿈 외>(욘 포세/노르웨이), <맨 끝줄 소년>(후안 마요르가/스페인), <파수꾼/보석과 여인>(이강백/한국), <비평가/눈송이의 유언>(후안 마요르가/스페인), <메데이아>(에우리피데스/고대 그리스), 이름/기타맨(욘 포세/노르웨이), <밑바닥에서>(막심 고리키/러시아), <트로이의 여인들>(에우리피데스/고대 그리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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