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br>-&lt;착한 자본의 탄생&gt; 저자<br>-前 현대제철 홍보팀장·기획실장(전무)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
-<착한 자본의 탄생> 저자
-前 현대제철 홍보팀장·기획실장(전무)

기업은 왜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일반 소비재 기업(B2C)의 경우 회사 이미지는 바로 매출(수익)으로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기업은 그만큼 조직과 예산을 투입해서 관리한다. 그러나 철강, 석유화학처럼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B2B)은 굳이 이미지 광고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철강을 소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건설산업 등의 고객은 제품의 품질, 가격, 납기가 중요하지 철강 회사의 이미지는 큰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2004년 홍보를 담당하면서 철강 회사도 기업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의 가치 지향이 환경을 최우선시하는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닥치고 성장이 아니라 깨끗한 성장을 중시하게 됐다. 기업이라면 어떤 사업을 하든 맑은 물, 맑은 공기,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됐다.

그런데 철강산업은 태생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다. 철광석(Fe₂O₃)을 용광로 안에서 녹일 때 석탄을 구운 코크스(C)를 사용해야 한다. 석탄은 철광석(Fe₂O₃)의 철(Fe)과 산소(O)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원료) 역할과 용광로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연료 역할도 하는 핵심 원자재다. 산소(O)가 사랑하는 철(Fe)과 단단히 붙어있는 것을 인간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이혼시키자 화가 난 산소가 탄소(C)를 유혹해서 이산화탄소(CO₂)라는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지구 온난화의 주역인 이산화탄소는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철을 만드는 방법은 위에서 소개한 용광로 공법과는 다른 전기로 공법도 있다. 전기로 공법은 고철을 전기로(爐)에 넣어 전기(電氣)로 고철을 녹이는 공법이다. 이 공법은 코크스 과정이 없으므로 이산화탄소 발생은 없으나 사용하는 전기가 화력발전 같은 탄소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용광로 공법의 철보다 품질이 떨어져서 자동차 강판 같은 고급 철강재 보다는 건축자재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요즘 철강산업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기술적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이는 코크스 대신에 수소(H₂)를 환원재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아마 빠르면 2026년경에 의미있는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이 공법의 어려운 점은 환원제로 사용되는 수소가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여야 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선 참 어려운 과제다.

이 외에도 플라즈마 제강 반응기에서 수소플라즈마를 사용해 철광석을 환원하고 탄소를 첨가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 알루미늄이나 망간을 원석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처럼 상온에서 수소 없이 전기를 사용해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환원시키는 전해채취방식도 있다. 그러나 이 두 방식은 현재와 같은 고로 환원 방식의 원가를 따라가려면 한참 먼 뒷날의 일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을 지향하되 중간 과정으로 고철을 활용하는 방식이 유용한 대안이다. 고철은 네 가지 방향에서 활용도가 중요해졌다. 우선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Iron)을 전로라는 용기에서 순도를 높인 철(Steel)을 만들 때 고철 투입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현재 철 생산시 10% 정도 투입하고 있는데 기술적으로 30%까지 가능하다. 그러면 이산화탄소 20% 추가 감축이 가능해진다.

고철 활용도를 높이는 두 번째 방법은 기존 전기로 공법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을 높여 사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철 품질 관리와 생산기술 혁신이 중요하다.

세 번째 방식은 직접환원철(DRI)과 고철을 같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DRI는 철광석 환원제로 가스(CH₄)를 사용한다. 이 방식은 현재 상용화가 됐다. 석탄보다 가스가 비싼 관계로 생산이 저조했으나 최근 이산화탄소 감축이 중요해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DRI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코크스 쇳물의 절반 정도다. 이 방식의 장점은 용광로 공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기로 공법보다 품질이 우수한 철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네 번째 방식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가진 특징을 활용하는 것이다. 당진제철소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 공장 안에 용광로와 전기로가 같이 있다. 이 방식은 두 가지 쇳물을 섞는 것이다. 쇳물은 1500℃ 이상으로 온도관리가 중요하므로 이러한 방식은 당진제철소처럼 두 공법이 같은 공장 내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격월간 사보 &lt;푸른연금술사&gt;의 표지. ‘철은 자연이며 문명이다!’는 콘셉트로 철이 가진 자원순환의 의미를 통해 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nbsp;[자료제공=ESG네트워크]<br>
격월간 사보 <푸른연금술사>의 표지. ‘철은 자연이며 문명이다!’는 콘셉트로 철이 가진 자원순환의 의미를 통해 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자료제공=ESG네트워크]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사회의 요구, 코크스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철강산업의 태생, 이 둘을 조화시키는 회사의 노력을 소개하는 소식지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철은 ‘산업의 쌀’로 필수 소재임을 강조하면서 친환경을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애써 외면해 왔다. 오염물질 배출 법적 기준치 준수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철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인 사보와 홍보영화를 친환경 콘셉트로 바꾸기로 했다. 사보 제호를 <푸른연금술사>로 정하고 기존 사보와는 편집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자원순환·생태적 사회의 아름다움, 철이 그리는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 문학이 주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콘텐츠로 구성했다. 회사 소식은 맨 뒤에 간략히 소개했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서 홍보물을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 회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알려진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전파’는 될지언정 ‘전달’은 안된다. 따라서 홍보 매체를 통해 회사를 아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이미지가 좋아 회사를 알고 싶어 하도록 하는 일종의 C2B 개념이 중요하다. 이렇게 회사를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있을 때 SNS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회사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회사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사업에 잘 반영되도록 우호적 여론 조성에 도움을 주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 조직 구성원과 가치사슬 상의 이해관계자들이 그러한 이미지 지향에 맞게 활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이미지 홍보로 회사가 사회와 소통을 하면, 그러한 소통은 회사를 이미지처럼 하도록 긴장시키게 된다. 다행히 현대제철은 친환경 철강 제조로 가는 루터를 4가지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

&lt;푸른연금술사&gt; 발행 15주년 기념 단행본 표지. 2004년 발행이후 조홍섭, 공선옥, 장석남, 이문재, 박형준, 최원식 등 최고 필진의 주옥같은 글을 모아 단행본을 발행했다. [자료제공=ESG네트워크]<br>
<푸른연금술사> 발행 15주년 기념 단행본 표지. 2004년 발행이후 조홍섭, 공선옥, 장석남, 이문재, 박형준, 최원식 등 최고 필진의 주옥같은 글을 모아 단행본을 발행했다. [자료제공=ESG네트워크]

친환경 콘셉트로 기획·제작을 하는 데는 홍보업무를 담당하기 전부터 알게 된 마량앞바다(<창작과비평> 정기독자 모임) 회원과 생태경제연구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마량앞바다 최경실 시인과 고(故) 양승모 시인은 환경·생태를 소재한 시를 기고하고 많은 시인을 추천해 줬다. 생태경제연구회도 조영탁 교수와 조승헌 박사가 1년 동안 기고를 해주었다. 이분들 외에도 당대 최고의 필진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다. 문학부문은 소설가 공선옥·권여선·김금희·이해경, 시인 장석남·박형준·이정록·김용택·정영·이문재, 평론가 최원식 교수 등이 참여했다. 환경·생태부문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운동연합 이상훈 실장, 녹색연합 이유진 박사 같은 분들이 참여해 줬다. 예술 분야는 철 조각 예술가 윤성필·장용선·정현·최우람, 건축평론가 이주연·김정후·현창용 같은 분이 참여했다.

회사가 특별히 정성을 기울인 것은 필자들을 한 번의 기고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푸른연금술사 필자’라는 공통분모로 함께 꾸준하게 교류회를 가지는 것이었다. 교류회 때는 회사의 환경친화적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독자들이 정성스럽게 보내준 손편지(엽서)를 공유했다. 손편지를 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환경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소박함·애틋함·절실함을 알 수 있다. 또한 20여 년 지속되다 보니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팬클럽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독자층을 유지하게 됐다. 철을 친환경·자원순환 관점에서 소개한 최초의 사보였고, 사보의 콘셉트와 콘텐츠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결과였다. 창간호부터 오랫동안 <푸른연금술사>가 지향하는 일관된 편집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통해 품격을 지켜온 박경애·채영주 님과 직원들의 노력에 감사를 드린다.

필자는 대외업무를 같이 한 관계로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푸른연금술사>에 대한 과분한 찬사를 많이 받았다. 이를 회사 경영진에 보고하면 경영진도 의사 결정시 친환경·자원순환의 가치를 최우선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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