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의정부역 내리시면 연락해 달라.”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의 취재를 위해 임상현 센터장에게 연락하자 그는 먼저 픽업을 제안했다.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지만, 굳이 마중을 제안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덧 차가 교외로 벗어나자 도심 속 빌딩들은 자취를 감췄고 야트막한 산들이 나타났다. 전날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산머리에 하얀 옷이 걸쳐 있었다. 널찍한 3차선 도로가 1차선으로 바뀌고 굽이진 길로 들어서니 곧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 흔한 편의점도 없이, 드문드문 민가와 요양시설 정도가 전부인 동네였다. 흰 눈이 센터 앞 들판에 소복이 올라와 있었으며 강아지 발자국이 듬성등성 찍혀있었다. 

2019년 남양주 퇴계원에서 개소한 경기 다르크는 지난해 3월 같은 시에 소재한 호평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다시 여섯 달 만에 이곳 양주시 외곽으로 터를 옮겨왔다. 

센터가 반년 만에 도심지에서 산자락으로 밀려난 배경에는 주민들 반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센터 인근에 학교가 있었고, 소식을 접한 몇몇 주민들이 탄원을 제출했다. 이후 지자체는 다르크가 정신재활시설로 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니,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폐쇄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남양주시의원인 국민의힘 한근수 의원은 센터 이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조응천 의원은 학교 200m 안에는 마약류중독재활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물론 주민들의 심리적 거부감은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마약은 인생을 파탄 낼 만큼 위험한 물질인데, 그런 마약을 접했던 이들이 자신의 주변에 들어온 것을 우려하는 것일 테다. 설령 그게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근거가 없더라도,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을 수도 있다.

다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멀리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이런 시설을 몰아내 버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국회나 시의회에서 일하는 정치인,  그리고  행정 관계자들이 사회의 소외된 이들도 배려하고 공존하도록 조금 더 돕겠다는 자세를 가져주었으면 한다.

애석하게도 다르크는 논의의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지역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산자락 아래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쩌면 단절된 건 이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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