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KDDX)의 사업비는 7조8000억원. 이 사업을 가운데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특수선 분야 1·2위를 다투는 기업 간 처절한 싸움은 업계를 넘어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싸움이 이토록 치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드는 막대한 사업비뿐만 아니라, 이번 사업은 향후 특수선 수출 시장 선점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에 두 회사 간의 다툼은 나날이 치열해져만 간다.

이들의 갈등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KDDX 관련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 1.8점을 주는 징계를 내렸다.

또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다만, ‘청렴계약 위반'에 해당하는 임원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행정지도 결론을 내렸다. 이로 HD현대중공업은 KDDX 입찰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임원’의 개입 여부, 왜 중요할까. 방위사업법상 방사청은 회사의 대표나 임원이 청렴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고 입찰에서 배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임원급 인사의 개입’ 여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한화오션은 ‘임원급 이상 지시 없이 일개 직원들이 어떻게 군사 기밀을 유출하고 서버에 저장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지만, 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심의 끝에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모두 맞는 말이다. 한화오션의 입장처럼, 어느 기업이 일개 직원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하물며 ‘군사 기밀’과 관련된 사안일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또, HD현대중공업의 입장대로 이미 충분한 심의 끝에 결정된 사안이기에 다시금 들추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가 간다.

다만, 이들의 소송 전 끝에 HD현대중공업이 제재를 받는다 해도 두 회사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HD현대중공업이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당장 양측에 중요한 건 ‘법률 싸움’이 아닌, ‘기술력 싸움’이다.

그렇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당장 점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법률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법률적 문제’를 검토해야 할까. 치열한 기술 경쟁을 통해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기술적 문제’를 살펴봐야 할까.

진흙탕 싸움 속에서 K방산을 위해 두 회사가 집중해야 할 사안은 지금 너무나도 명확하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 양사의 법률 싸움이 아닌, 선의의 경쟁으로 다시 한번 K방산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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