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사회공헌’ 개선해줘야 유서깊은 글로벌 금융명가 체면 부합할 것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독일 소설가 미하엘 엔데가 쓴 유망 작품들이 많지만, ‘네버 엔딩 스토리  ’를 그 중 인상깊은 책으로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금융 명가 씨티은행, SC제일은행과 관련해서 이 네버 엔딩 스토리를 떠올리는 금융 기자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금융계에서 몇 년째 계속되는 이야기가 있어서다. 이른바 ‘국부 유출’ 논란 즉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이 거대한 규모의 배당금을 매번 본국에 송금하는 이야기다.

기업이 수익을 주주와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는 대전제에 이의를 다는 이들은 없을 줄 믿는다. 하지만 두 은행 고배당 행보에 비판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은 건 왜일까? 바로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며 한국에서 번 돈을 모두 해외로 보낸다는 점에서 논란이 충분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서일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씨티은행도 약 1388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막대한 액수만 문제는 아니다. 비단 올해에 한정된 일은 아니라는 데 사람들은 눈길을 보낸다. 

씨티은행이 지난해 실적을 확정하며 배당하려는 규모는 최근 3년래 최대액이다. 씨티은행의 배당금은 2019년 652억원, 2020년 465억원(소매금융 철수 이슈로 큰 비용 지출이 있었던 2021년엔 건너뜀) 등의 흐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SC제일은행은 또 어떤가? 이미 2023년 봄에 SC제일은행은 당국의 ‘과도한 배당 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고배당을 질렀다고 해 많은 언론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바 있다.

물론 이들 금융사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씨티은행 같은 경우엔 소매 폐지, 즉 영업 규모를 크게 다운사이징시키면서 자본여력이 생겨(환언하면, 손실흡수능력이 높아져) 배당을 자제하도록 압박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졌다. SC제일은행 역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 유지 측면과 국제기준, 국내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충분히 처리하고도 남을 펀더멘털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잘 벌기에 배당을 많이 한다면 그 이면엔 한국 사회, 한국인 고객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다른 금융사들, 토종 은행들이라 해서 돈 아까운 줄 몰라 사회공헌을 하는 건 아닐 테다. 순전히 당국 눈치보기에 공헌을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유독 장사의 신 역할을 하는 두 외국계 은행만 사회공헌 수준이 업계 최하 수준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가 박사 학위를 하는 동안 귀동냥한 상사법 분야 풍월엔 이런 이들 은행 행보는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식 은행 팔 비틀기가 아니란 뜻이다. 진정한 미국식, 영국식 상인 마인드에도 이 정도의 체면과 재투자 감각은 있는 것으로 안다(주전공 영역이나 세부 파트가 아니라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경영이나 금융공학 분야의 석학들이나 필자 같은 급의 초심 연구자들께서 다른 정보나 질정을 보내 주신다면 겸허히 감수하겠다).  그런 점에서, 지금껏 반복적으로 논의돼 온 대목을 다음 배당 논의 땐 조금 감안해 보았으면 한다. 

유서깊은 동네인 공평동에, 광화문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 외국계 은행은 더 이상 외국회사가 아니라 한국 금융기관이라고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이들 은행이 1997년 위기, 2008년 위기 등 우리가 휘청일 때 나름 철수 않고 모종의 역할을 하고자 분투한 것을 많은 한국인들은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근자 반복되고 있는 비판에 한층 열린 마음으로 검토를 해 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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