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터지는 ‘현대차 에어백’...소비자들 뿔났다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현대자동차 에어백이 충돌사고에도 터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돼 현대차를 구매한 운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현대차 투싼! 에어백은 무용지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 충주 서부 순환도로(4차선)에서 1차선으로 주행중이던 투싼 차량이 차량선회도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 A(28∙여)씨가 목숨을 잃었다.

글쓴이는 “사고 당시 차량에는 측면과 커튼, 시트에어백이 장착돼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며 “만약 에어백이 정상작동 했다면 운전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후 유족들은 현대자동차에 에어백과 관련된 문제를 의뢰했고 이후 청주 현대자동차팀장은 1차 충돌 후 2차 충돌 시 차량의 속도가 30km 미만이기 때문에 에어백 전개조건에 맞지 않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이 같은 현대차 측의 입장을 수긍하지 못해 국내 자동차 전문가를 소개받아 차량 결합 여부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충돌센서가 충격을 받아 센서 회로보호커버까지 떨어지는 큰 충격에도 측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은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소견서를 받았다.

유족 측은 현대차가 충돌 센서의 상태 여부 등 현대차 측에 불리한 내용은 유족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1차, 2차 충돌에 대한 내용만 전달하는 등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에어백 미전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 스타렉스 차량이 전신주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차량이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정중앙에 부딪히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사고 운전자는 “사고 후에 충돌 각도와 속도 때문에 에어백이 안 터진다는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판매 전에 소비자에게 현대차 에어백이 터지도록 충돌하는 각도와 방법에 대해 고지하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9월에도 현대자동차 아반테 차량이 충돌사고로 실내 트립 마감재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큰 충돌 사고가 발생했지만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현대차 측은 ECU쪽에 신호가 전달이 되지 않았고, 충돌 각도가 틀리다는 이유로 에어백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고차 운전자는 “에어백 테스트 때 콘크리트 벽에다 테스트 하면서 잘 터진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사람이 죽을 뻔 했는데 실제 사고에서는 신호가 안 들어와서 에어백이 안 터진 게 당연하다고 말하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2011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국산 최고급 승용차로 불리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운전자가 측면충돌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차량에 장착된 8개 에어백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현대차 측은 점검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충격이 약하거나 충돌각도가 센서감지범위를 넘어서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은 고급차의 안전사양이 이렇게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미국에서도 현대차의 에어백 결함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미국 법원은 올해 7월 현대차의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운전자에게 1400만달러(약 159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고 운전자인 자카리 던컨은 지난 2010년 현대차 2008년형 티뷰론을 운전하던 중 도로를 벗어나 나무를 들이받았으나 사이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머리를 다쳤다.

현대차 에어백 하자로 인한 리콜도 검토 중에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 관리국(NHTSA)은 이달 9일 에어백 결함이 나타난 현대자동차의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차종에 대한 추가 리콜을 검토하고 있다. 엘란트라의 에어백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다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에어백 오작동 사례 1위 ‘오명’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공단 제작결함신고센터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에어백 오작동 신고접수 중 국내차의 경우 현대차가 8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아차 51건, 한국지엠 25건, 르노삼성 24건, 쌍용 9건 등 순이었다.

신고된 주요사례는 탑승자가 큰 부상을 당한 사고였음에도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거나 전개가 지연됐거나, 가벼운 충격에도 에어백이 전개된 상황이었다.

에어백 오작동으로 신고된 건수는 2010년 34건, 2011년 57건, 2012년 73건, 2013년 8월까지 47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운전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필수 장비인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등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현대차를 중심으로 에어백 미전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에 또 한 번 의문부호가 달리는 대목이다.

최근 현대차는 에어백 미전개 뿐만 아니라 엔진 오일 누유, 누수, 급발진 사고 등으로 소비자들의 각종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운전자들은 현대차가 국내 고객을 호갱(호구+고객)으로 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 “차량엔 문제 없어, 왜곡된 주장일 뿐”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에어백 미전개 사건에 대한 내용들은 왜곡되고 편향된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에어백이 터지기 위한 조건들이 있는데 그에 부합하지 않아 터지지 않은 것을 가지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가장 많이 팔리다보니 현대차를 타겟으로 한 불만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른 회사 차량들도 하자도 있고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현대차만 부정적으로 보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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