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칼럼니스트
· 스토글 대표이사
·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 아동문학가
【투데이신문 윤미선 칼럼니스트】대화를 할 때 첫 번째 단계로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렇게 분위기 조성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만남과 대화의 목적을 확인한다.
 
“제가 드릴 말씀은 .......”  등의 말로 대화 목적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대화에 응할 대비를 하도록 한다. 
 
대화 목적이 부각되면 용건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제 생각은 ...” “그런데...” 등의 말투로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야기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때에는 그 이유를 따져보면서 충분히 의견 조정을 하도록 한다. 물론 의견의 차이가 없을 때는 대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저의 00부탁을 들어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등의 말로 대화의 결론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대화의 결론을 확인하고 대화를 마무리 하면서 대화에 응해 준 데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한다. 설사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은 경우라도 인사를 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다음 대화할 때 거부감 없는 만남을 다시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상대방과의 원활하고 탁월한 대화를 하기위해서는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화가 내 생각대로만 풀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화란 상대방과 내가 주고받으면서 이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침묵을 한다면 대화의 맥은 끊어지고 만다.
 
실제로 대화를 하다가 화제가 끊어져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화가 끊어질 때 끊어진 대화를 이어주는 대화의 기술은 관계 형성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유 안녕하세요? 참 좋아 보이시네요.”
“네.”
...... .
 
상대방의 짧은 답변에 ‘괜히 말 걸었나?’ ‘딴 얘기 할걸’ 하며 자책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된다.
 
특히 맞선자리나 어려운 사람과의 만남 등과 같은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은 천군만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창한 말솜씨와는 다르다. 유창한 말솜씨 때문에 아직도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한 A씨의 하소연은 정말 말을 잘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한다.
 
A씨는 전문적인 지식과 달변으로 평소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자신의 일에 대한 부분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탁월한 언변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평소 A씨의 대화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혼자서 대화를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맞선을 볼 때의 대화를 예를 들면,
 
“혹시 와인 좋아하세요?”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조금이요.”
“그래요? 제가 와인을 좋아해서 와인에 대해 아는 데 허브향과 아몬드향이 나는 와인은 아르네이스라는 것이고 00씨처럼 초보들이 마실 수 있는 것은 브이라고 단맛과 상큼한 맛이 나는 와인이죠. 그리고....... .”
“아 네........ .”
 
A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유창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맞선자리에서 대화를 끊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분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술에 대한 관심도 적을 텐데 굳이 와인에 대한 이야기로 무리하게 대화를 이끌고 있다. 거기에 어려운 용어를 넣어서 전문적인 지식으로 말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이 때 여성은 어떤 마음이 들까? 
 
아마도 여성분은 상대방의 너무 유창한 달변에 위축이 되어 한마디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A씨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말을 잘하는 것 같지만, 내용으로 보면 대화가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의욕을 주고 말의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의 화제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주제로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끼어들 수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날씨에 대한 이야기나 건강, 음식 이야기로 화제가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이렇게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중에서 특별히 서로가 관심을 갖는 부분을 정하여 대화를 이어간다. 
 
상대방의 대화를 잘 이끌어야 하는 예능 방송 진행자 중에서 유재석은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호응하며 상대방이 말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다.상대방이 말을 할 때 적절한 추임새를 넣으며 마음껏 말 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만든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게스트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새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하고 싶게 하는 의욕을 주기 때문이다. 
 
대화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를 드러내기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새겨두자.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