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림사건' 재심 청구인 5명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영화 '변호인' 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한영표)는 13일 고호석(58)·최준영(60)·설동일(57)·이진걸(55)·노재열(56)씨 등 5명이 제기한 부림사건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했지만 경찰 수사과정에서 구속영장 없이 최소한 20일간 구금됐고 상당기간 불법 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그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면서 "이들이 수사과정이나 검찰조사에서 부당한 내용의 진술 강요에 따라 허위 진술한 사실을 의심하기에 충분하고 도서 압수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부림사건'으로 구속된 사람 중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면서 "피고인들의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인들에게 적용된 계엄법 위반도 무죄로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에 대해서는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폐지됐다"며 "이 사건 판결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범죄로 볼 수 없게 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범인도피,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도피시킨 피고인에 대해 무죄 내지 면소판결이 선고될 것이므로 이들을 도피시켰다 하더라도 범인도피죄 등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총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한 뒤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을 말한다.

청구인들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반국가단체 등을 찬양하고 고무하거나 관련 서적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위반 혐의와 계엄령에 금지된 집회를 개최해 계엄법 또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및 학생운동사실로 수배된 자를 은닉한 혐의 등으로 당시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부림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의 변론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사건이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당시 재판부가 "피고인들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조사받으면서 불법구금된 사실이 증명돼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상 재심 사유가 있는 지 여부에 관해 살펴볼 이유가 있다"며 재심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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