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뉴시스

'피겨여제' 김연아(24)가 무결점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아쉬운 은메달에 그치며 18년간 함께했던 은반과 작별을 고했다. 올림픽 여자 싱글 2연패는 아쉽게 무산됐지만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그녀의 미소는 영원한 피겨계의 전설로 남을 것이다. 고마움, 아쉬움, 가슴 뭉클함의 뜨거운 감동으로 우린 그녀의 작별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그대가 있어 진정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편집자주]

▲ 사진제공=뉴시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CS)에서 각각 69.69점과 74.50점을 얻어 144.19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74.92점을 받은 김연아는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깨끗한 연기를 펼쳤지만, 한 번의 점프 실수를 저지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합계 224.59점)에게 뒤진 2위를 차지했다.

홈팀 러시아 선수를 향한 심판들의 '퍼주기식 판정'에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 도전은 어이없이 무산됐다.

프리경기에서 가장 마지막에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149.68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만 금메달이 가능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유독 김연아에게만 들이댔던 '현미경 판정'을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강심장' 김연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아는 아르헨티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몸짓으로 빙판 위를 수놓았다. 그녀의 애절한 표정 연기가 검은색과 보라색의 우아한 드레스와 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뮤지컬 수작을 보는 듯 했다.

4분10초간 선보였던 여왕의 몸짓이 끝을 맺자 팬들은 뜨거움 감동에 열렬히 환호했다. 천천히 링크를 돌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던 김연아의 표정엔 현역으로서 마지막 무대를 마치며 밀려드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베어 나오는 듯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연기가 끝나고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했다.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면서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실수 없이 마친 것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연아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점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점수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김연아는 "1등은 아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또 감사드린다"면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큰 실수 없이 준비한 대로 다 보여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연아는 "지금은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올림픽이 끝났기 때문에 한국에 여러 가지 바쁜 일이 있을 것 같다. 그 이후에는 특별히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미래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어 "5월에 공연(아이스쇼)이 예정돼 있어 그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에 앞서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면 목숨도 걸 수 있었던 밴쿠버 올림픽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정해놓은 목표가 없다는 게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간절함과 목표의식이 없어서 훈련할 때 동기부여가 잘 안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준비하면서 체력적, 심리적 한계를 느꼈는데 이겨내고 했다"면서 "내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웠다.

 

▲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