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연극 ‘은밀한 기쁨’은 1988년 영국 로열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1988년에 초연된 ‘은밀한 기쁨’이 26년이 지난 2014년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 줄 메시지는 무엇인가?

연극은 다섯 명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딸 이사벨과 뒤늦게 장례식장을 찾은 언니 마리온. 그녀는 환경부 차관이며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인물이다. 마리온의 남편인 톰. 그는 성공한 기업가이며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항상 스스로 말하고 다닌다. 아버지의 새 아내인 캐서린은 젊고 매력적이나 알코올 중독자다.

이사벨은 애인인 어윈과 함께 조그만 기획사를 운영한다. 캐서린은 남편이 죽은 뒤 인생에 대해 불안해하며 자신도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녀의 간청과 언니 부부의 강권에 떠밀려 캐서린을 회사 직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로 인해 어윈과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이사벨은 캐서린을 내팽개치지 못한다.

언니 부부는 이사벨에게 사업을 확장을 권유하며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이사벨은 이를 거부하지만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는 유혹에 어윈은 투자를 받아들인다.

연극은 이사벨을 둘러싼 인물들이 그녀를 어떻게 이용하고, 끝내는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준다.

경제 논리, 정치적 야심, 이기적인 종교 논리, 도덕성은 물론이고 심지어 남녀 간의 사랑도 탐욕으로 둘러싸여있다.

‘은밀한 기쁨’은 2시간이 조금 넘게 펼쳐진다. 극의 촘촘함과 인물간의 심리적 구도는 훌륭하지만 구체적 인물로 형상화하는 데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연극 ‘은밀한 기쁨’은 문제적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의 정치적인 세태를 풍자하고 사회의 가작 작은 단위인 가족간에 정치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유기적이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2014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배려와 소통이라는 아이콘을 쉽게 만난다. 하지만 이타주의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가져 볼만하다. 욕망과 이기적인 종교의식을 포장할 수 있을까? 영국 극작가 데이비드 헤어는 연극 ‘은밀한 기쁨’은 공연 내내 질문을 던진다.

‘은밀한 기쁨’의 작(作) 데이비드 헤어는 동시대 사회적 문제를 무대 위에 다루는 극작가이며 영국 의 현대 연극을 이끄는 한 사람이다. 포터블 시어터 컴퍼니의 연출가 겸 작가이며 로열 코트 시어터의 전속 극작가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40년간 50편에 다다르는 작품을 집필했으며 많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에는 영국 왕실로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연극 ‘은밀한 기쁨’은 2월 7일부터 3월 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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