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북아역사재단 장세윤 연구위원

   
▲ 자위대 열병식에 참석 중인 아베 신조 ⓒAP/뉴시스

△아베, 잘못된 역사 인식 갖고 있어
△최근 일본의 역사인식 퇴행 추세, 내셔널리즘과 애국주의의 고양으로 볼 수 있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 우익세력의 결집 촉진
△한일 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증진…한일 관계에 희망적 단초
△한국, 반일을 넘어선 지일·극일의 노력 필요해
△한·일 숙명적으로 가깝게 지내야하는 사이…양국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 

【투데이신문 한규혜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4월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 일본 현직 총리로서 7년 4개월여 만에 참배를 강행하는 등 역사왜곡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달 중의원 예산회의에서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유신회 소속 나카야마 나리아키 중의원은 최근 한 민간단체가 주최한 지방 강연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여성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며 “일본 여성들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데 한국 여성은 그렇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의 끊임없는 역사 왜곡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과 한일관계’라는 책을 통해 아베정권의 역사인식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했다. 이 책은 지난해 4월 30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개최된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과 그 문제점’ 학술토론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수정, 보완, 추가해 발간했다.

이 책의 발간에 참여한 장세윤 연구위원은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해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을 미화해서는 안 되고 침략전쟁으로 비롯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가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집안 내력을 볼 때, 최근 일련의 동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장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은 “지일(知日), 극일(克日)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과 일본은 숙명적으로 가깝게 지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진정으로 양국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 화해와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은 장 연구위원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행보와 주변국과의 상황, 더 나아가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아베 신조 총리의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발언은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로써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베 총리의 발언은 국내외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을 침략해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따라서 아베총리의 ‘침략’의 정의에 대한 부정은 잘못된 역사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를 부정하고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을 미화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비롯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 아베 신조 ⓒAP/뉴시스

Q. 아베 신조 총리의 발언, 주변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베 신조 총리의 발언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만행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인식과 언동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일 비판과 압박, 또 지난 3월 1일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볼 수 있듯 한국정부의 대일 비판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Q. 얼마 전 일본에서 ‘다케시마(독도 지칭)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독도는 명백히 한국의 영토이며, 현재 한국 영토의 일부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의 도발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고 체계적으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부정하는 현상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지난 3월 4일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일본 문부과학성 부대신(한국의 차관에 해당)이 일본군 ‘위안부’가 날조되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 동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의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며, ‘위안부’로 고통을 받은 할머니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Q. 일본 지도자들의 우경화 및 역사인식 퇴행 발언과 행보가 이어지는데 이를 일본 민족주의, 더 나아가 군국주의적 감정 고양과 연관해 볼 수 있을까.

-최근 일본의 일련의 추세를 과거와 같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로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좀 더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추세는 분명 ‘내셔널리즘(민족주의)’, 더 나아가 ‘애국주의’의 고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의 동향에 발맞춰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내셔널리즘과 애국주의가 고양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추세에 비례해 내셔널리즘과 애국주의가 고양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극단주의적 경향으로 가는 추세도 일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용어와 관련해 우경화보다는 내셔널리즘, 애국주의로 볼 수 있다. 즉 나름대로의 애국심 고양 표현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경화의 개념은 사실 모호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역사인식의 퇴행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 추계제사 야스쿠니신사 집단참배 중인 일본 의원들 ⓒ신화사/뉴시스

Q. 정계 인사들이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에 대해 꾸준히 논란이 제기돼왔다.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일본 우익세력의 결집을 촉진하며, 상당수 일본 국민들의 애국심, 애국주의를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양심세력이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일부 학자들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례화,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기도 하며 일본 패전 후 치러진 ‘도쿄재판’을 부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도쿄재판: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이 일본의 중대전쟁 범죄인을 재판하기 위해 1946년 1월 19일 일본의 도쿄 재판소에서 실시된 재판. 1948년 11월 12일, 재판의 결과로써 25명의 피고 전원에게 평회에 대한 죄와 통례의 전쟁범죄, 인도에 대한 죄 등으로 유죄 판결났다.

Q. 1995년 8월 15일 있었던 무라야마 담화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 시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표명했지만 그와는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이미 일본 정부가 충분히 과거사 문제에 대해 주변국에 사과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아베총리와 일부 우익세력의 동향이 말해주듯 한국과 중국 등 주변 피해국 정부와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아베총리도 형식적으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하기는 했지만 진정성이 없는 점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고노담화: 1993년 8월 4일, 미야자와 개조내각의 고노 요헤이 내각관방장관이 1년 8개월 동안의 조사 끝에 발표한 위안부에 관한 담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 더 나아가 일본 정부가 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점을 인정하기에 그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 요인은 일본 국민들이 우익성향을 가진 자민당 정권을 국민투표로 선택했다는 점이고, 그 핵심부에 아베 총리가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베총리의 집안 내력을 볼 때 최근 일련의 동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아베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는 일본의 동북아 침략을 주도한 일본 군국주의의 핵심 인물, 1급 전범으로 3년간 복역했음에도 소련의 팽창주의에 맞서 일본의 반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따라 총리가 된 대표적 극우 정치인이다. 이러한 기시 전 총리의 생각은 외손자인 아베 총리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Q. 일본 일각에서는 일본 사회가 모두 ‘우익’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점은 한일관계 혹은 일본의 역사인식 개선에 희망적인 단초로 작용할까.

-현재 한일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많은 한일관계 전문가들이 민간차원의 교류, 특히 시민, 학생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분들과 민간단체들의 자발적이면서도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 소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이 원활해진다면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본다.

   
▲ 지난 2월 1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경기도 여주 흥천 여중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Q. 인터넷 댓글이나 게시글을 보면 한국 내에 ‘반일감정’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반일감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일감정’으로 발산되기보다는 오히려 지일(知日), 극일(克日)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을 알고, 또 극복하려면 체계적 연구와 교육 등의 노력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처럼 일본인, 일본문화, 일본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대해 잘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극일은 참 어려운 얘기인데, 예를 들면 일본에서 기계, 전자, 자동차 등 관련 부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독자적 기술개발을 통해서 이러한 제품을 개발한다면 굳이 일본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고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도 극일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일본의 역사왜곡이 심각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최근 한중일 3국 사이에 역사인식 문제와 일부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비단 이러한 문제뿐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야 할 학생, 역사는 국민들에게 대단히 소중한 인문 사회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교과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콘텐츠를 반영해 학생이나 국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잘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사, 한국문화의 우수성이나 특수성에 치중하기 보다는 인류사적, 세계사적 보편성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Q.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도발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한·일 역사화해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현재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다양한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4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발표했다. 현재의 경색국면을 타개한 뒤 점진적으로 평화협력구상 실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5일에는 대한민국 외교부장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당국자의 부적절한 언동과 우익세력의 부적절한 언동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동북아역사재단 장세윤 연구위원

Q. 그렇다면 한일 관계 개선으로 가는 길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한중일 3국은 정말 서로를 잘 알고, 긴밀하게 협력하여 공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일 양국은 근대에 이르러 식민지 지배국과 피지배국으로 엇갈린 운명이 되었지만 한일협정이 있던 1965년 이후부터 거의 50여 년 동안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지속해왔다. 한일 양국은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의 문화요소도 많다. 특히 현대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고유하며 협력과 경쟁을 유지해 왔다.

가장 좋은 방안은 일본의 아베총리와 우익세력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확립하고, 그러한 인식을 토대로 진솔한 행동과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현재의 경색된 국면을 타개하고 ‘가까운 이웃’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과 일본은 숙명적으로 가깝게 지내지 않을 수 없는 나라이다. 진정으로 양국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 화해와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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