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관계를 맺는 비결

▲ 윤미선 칼럼니스트
· 스토글 대표이사
·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 아동문학가

【투데이신문 윤미선 칼럼니스트】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메시지를 받았다.
“5 빼기 3은 뭘까요?”
‘넌센스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쉬운 문제를 물어 보지 않겠지...’
“5빼기 3은 2입니다. 그렇지만 그 뜻은 오(5)해를 타인의 입장에서 세(3)번만 더 생각하면 이(2)해가 된다는 뜻입니다.
“아! 맞아. 오해로 인해 많은 다툼이 발생하지, 이러한 오해는 이해하지 못함에서 오는 거야. 또한 이해를 못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오는 거구”

그리고 그 아래로 다시 문제가 적혀 있었다.
“2더하기 2는 뭘까요?”
필자는 앞서 낸 문제를 생각하면서 연관지어 보았다.
“2는 이해이니까. 이해하고 또 이해하면?”
......

“사(4)랑이랍니다.”

다툼은 오해에서 비롯되는데 오해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오는 것이다. 오해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이해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이해하고 이해하면 서로 사랑의 마음으로 보게 된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으로 지혜가 담긴 글이었다.

공감적 이해로 소통하라!

사랑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로저스의 인본주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적 덕목으로서 세 가지을 제안하고 있다.
공감적 이해, 진실성 및 일관성,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다. 로저스에 따르면, 이 세 가지 덕목이야 말로 다른 사람들과 성공적인 관계를 맺는 데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한다.

첫째, 공감적 이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공감적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가지고 의사소통이 촉진 되며 내면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 상당수의 아이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주의력결핍-과잉장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잦은 싸움을 하고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당한다. 자신의 연령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주의가 산만하거나 폭력성을 띤다. 성인이 되면서 정도가 완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사람들과 화합이 어려워 직장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학생 정현(가명)이는 학교 수업을 제외하면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만 지낸다. 집안에서도 부모와 단순대화 말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만 한다. 자연히 친구도 잘 만나지 않고 단체행사에도 핑계를 대고 참여하지 않는다. 답답한 부모님은 밖으로 나가서 친구도 만나라고 떠밀지만 정현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낫다고 한다. 우울증도 함께 앓고 있는 아들을 보다 못해 부모님은 말하는 법을 배우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필자를 찾아 온 경우다.

정현이 부모님은 아들의 일상생활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씀하셨다. 정현이는 부모님이 말을 하는 동안 한숨을 쉬고, 부모님의 말에 뭔가 항의하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하면서 금방 반박이라도 할 기세였지만 이내 포기하는 표정을 지었다. 필자는 부모님의 말씀이 끝나자 정현이에게 물었다.

“이제부터는 정현이게 발언권을 줄게. 부모님 말씀 중에 정정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좋고, 아니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렴.”

정현이가 망설이자 어머님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라며 채근했다. 그 때 정현이가 불쑥 한마디 했다.

“엄마는 내가 말해 봤자 듣지도 않을 거면서......”

필자는 정현이의 이 한마디에서 부모님과의 관계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정현이는 어릴 때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늦었다. 성격이 빈틈이 없는 어머니와 완고한 아버지는 아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관대함이란 없었다. 더구나 연년생인 여동생과 비교를 하며 체벌을 가하였다. 정현이는 늘 강박감에 시달리면서 부모님께 야단맞을까봐 전전긍긍하였다. 친구들에게도 자기주장 한 번을 못하고 친구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만 하는 침울한 유년기를 보냈다. 사춘기가 되면서 말이 없어지고 자기 방에서만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정현이는 긴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엄마, 아빠가 내 말을 조금만 들어주었으면 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부모님은 처음으로 아들의 마음속에 담긴 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눈물이 맺힌 정현이 얼굴을 보면서 필자 또한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가 한참 만에 정현이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정현이가 큰 아이니까 좀 더 어른스럽게 자 기 할 일을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엄격하게 했던 거야. 그런데 그게 너무 잘못됐다는 것을 이제 알 것 같구나. 엄마가 미안해.”

부모님은 정현이의 개인적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오빠가 동생보다 못한다는 비난과 아이의 입장보다는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교육을 해서 나타난 결과였다. 즉 공감적 이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현이는 크면서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 갔다. 그것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생각에 대해 회피 하려는 경향을 띤 것이다. 이렇게 정서가 억제되면서 매사에 긴장하고 위축 되며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된 것이다.

다음 날 필자는 정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마음에 맺힌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저런, 그런데도 잘 못 되지 않고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정현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지금이라도 너를 위해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신다고 하시잖아?” “정현이는 누구보다도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잘 할 수 있는 착한 마음이 있어.”
“정현이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부모님을 사랑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과도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이 도와줄게.”

결론적으로 정현이에게 진정한 공감이란 정현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들어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여 긍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