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강원 동해시 천곡동 군부대 병영숙소 건설 현장에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원청인 서희건설의 하청업체 월드플랜의 근로자는 당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서희건설의 횡포를 규탄하는 농성을 벌였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LH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 바 있는 서희건설이 최근에도 하청업체와 임금체불 및 자재대금 미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40여 일 넘게 공사가 중단돼 아파트 골조로 들어갈 철근이 녹슬어 가고 있어 부실공사의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모아미래도 아파트 현장에서 모아건설의 하청업체가 원청과 공사비로 갈등을 빚자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은 채 아파트 공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어 이번 공사 현장에서도 원청과 하청업체와의 갈등이 아파트 안전문제로 불길이 번질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임금체불로 공사 중단...철근 방치돼 녹슬어
'제2의 모아미래도'? 부실아파트 '우려'

25일 서희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서희건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충남도청 내포 신도시에 1252억1969만원 규모의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서희건설은 LH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에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과연 서희건설이 하도급업체와 갈등 없이 무사히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달 초, 내포 신도시 LH아파트 공사가 40여 일 동안 중단된 것.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아파트 일부 공사 현장에서의 하청업체 임금이 체불되고 자재대금이 미지급됐기 때문이다.

이에 같은 달 6일 서희건설 하청업체와 인부들은 LH공사 내포사업단 현장 사무실을 방문해 항의하며 노무비와 자재비 등 공사비를 줄 것을 요구했다.

또, 21일에도 서희건설 하청업체들은 서희건설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LH아파트 사업단 건물 앞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사업단장과 면담을 가졌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들은 서희건설은 무리한 공사를 지시하고 야간작업, 돌관공사(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급하게 진행하는 공사) 등을 시켰음에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현장에 철근 배근과 조립을 해놓았지만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레미콘 타설을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두 달간 방치되면서 철근이 녹슬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연이은 서희건설과 하청업체, 그리고 LH의 공사대금 미지급과 관련한 불협화음은 국민들에게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낳고 있다.

최근 원청과 하청업체의 갈등으로 세종시의 모아미래도 아파트는 이른바 ‘철근 없는 아파트’로 불리면서 그곳에 입주할 주민들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빚으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의 ‘철근 없는 아파트’처럼 서희건설이 짓고 있는 내포신도시의 LH아파트도 부실아파트가 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예상된다.

하청업체들이 지적한 것처럼 아파트의 뼈대가 되는 철근이 녹슬어가고 있는 상태로 레미콘 타설이 되지 않고 있다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청업체 자금난 때문에 공사 추진 부진" 반박
아파트 골조 철근 녹슬어도 '괜찮다'?

이와 관련 서희건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사가 중지됐던 것은 하도급 계약에 따른 기성 금액 대비 공사비 투입이 초과돼 하청업체의 자금난으로 설 명절 이후 공사 추진이 부진했던 것”이라며 “제한적으로 공사가 진행됐으므로 40여 일간 공사가 중단됐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무리한 공사 강행과 관련해서 “골조업체가 계획공정 미준수로 지연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야간작업 인원을 투입한 것이다”라며 “당사 현장에서 야간 공사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초 서희건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사대금 미지급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미지급된 노임에 대해 체불 노임을 확인하고 향후 당사 손실로 처리해서 지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공사대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후 통화에서는 “정상적으로 일한 부분은 지급했고, 일 하지 않은 부분은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한 만큼 대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 현장 철근이 녹슬고 있어 부실공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철근이 조금 녹슨다고 해서 아파트가 무너질 정도로 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실공사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본지>는 LH공사 측과도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내포신도시에 건설되고 있는 LH아파트는 23개동 2127가구로 2015년 9월 입주 예정이다.

이 아파트 단지를 LH에서 수주받아 현장을 진행하고 있는 서희건설은 지난 2012년 국정감사 때 LH가 발주한 건설현장에서 2009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총 75건, 19억676만 원을 체불해 임금체불이 가장 빈번한 업체로 지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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