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올해로 34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 기념식은 박근혜 정부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관제 기념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세계 민주화, 인권 투쟁 역사에도 당당히 기록되어질 5·18이 이념의 싸움에 희생되어 대통령은 국가기념식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지 않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거부되었으며 이에 반발해 유가족과 5·18관련 단체는 참석을 거부하는 반쪽짜리 관제기념식에 머무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불상사가 2014년 한해에만 그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이나 국가 보훈처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계속해서 이런 불상사는 지속될 것이다.

문제의 시발점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였다. 국가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공식 기념 곡으로 지정 되는 것을 반대했고 5·18 기념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 대해서도 “아직 노래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라는 이유를 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다. “노래에 대한 논란” 이라니, 그 논란을 누가 자초했나? 박승춘 보훈처장이 스스로 논란을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반발이 있는 양, 문제를 호도하고 있는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임을 위한 행진곡 의 5·18 공식 기념 곡 지정에 대해 ‘지정해야 한다’ 59.8%, ‘지정하지 말아야 한다’ 22.3%”로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논란이라고 이야기 하나? 하나회 멤버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5·18때 공수여단장을 지낸 전과자 안현태를 장군님이라 부르고 공무원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 때에 “박정희 덕에 먹고 살았으니 박근혜 뽑으라.”고 했던 박승춘의 사고수준을 알만하다. 그렇게 해서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대통령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훈처장에 유임되었으니 어떡해든 정권에 충성해 자리를 보전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사고수준으로 국가보훈처의 수장을 맡고 있다면 그것은 국가재난이다. 능력 안 되는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위치에 앉아 있으니 세월호 같은 대형사고가 나도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이런 문제 인사들을 관리감독 해야 하는 상부기관도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앉아 있으니 이 정부에 뭔가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지난 4월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 곡 지정에 대해 “워낙 강한 반대여론도 있어서 잘못하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며 기념 곡 지정에 반대했다. 박승춘의 생각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 오물은 자신들이 뿌려놓고 그 오물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 유체이탈 화법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국회가 여야합의로 5·18 공식 기념 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하도록 결의안까지 냈고 더 나아가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 전국 시군구의회 의장단까지도 기념 곡 지정을 요구한 마당에 보훈처장과 국무총리가 한통속이 되어 국회와 국민과 광주를 모독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현이 전혀 없다고 하는 점이다. 국가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가 스스로 논란을 만들었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 불참하며 자신을 대신해 문제의 발언을 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보냈다. 그렇다면 정홍원이 생각하는 5·18과 대통령의 생각하는 5·18이 일치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는 이 정부가 하는 짓이 이 모양이다.

결국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4주년 기념식은 반쪽짜리 기념식으로 끝이 났다. 참석해야 할 유족들의 자리는 텅텅 비었고 그 자리는 할 일없는 보훈처 직원들과 경찰들로 채워졌다. 누구를 위한 묵념이고 무엇을 위한 기념식인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애통해 하는 이때에 노래 한곡에 목숨을 걸며 국론분열을 스스로 조장하는 이 정부, 이 국가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기만 한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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