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가정의달上 - 부부갈등의 원인, 소통부재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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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이다. 일 년 중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다. 가정에는 부부관계, 자녀교육, 고부갈등 등 참 다양한 문제가 많이 얽혀있다. 소통의 부재 속에서 부부 갈등은 계속 되고 있다. 그 뿐인가.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이나 PC와 친한 자녀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시월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시댁과의 갈등을 겪어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부부갈등의 원인, 소통부재 해결법 ▲자녀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고부갈등, 어떻게 극복하나 이렇게 총 3편으로 연재를 기획했다.

둘이 모여야 비로소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젓가락’만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 진정한 하나가 되는 ‘부부’도 해당된다. 지난 21일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부부의 날’이었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제정된 부부의 날. 이번 호에서는 부부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소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부부 3쌍 중 1쌍, 하루에 10분도 대화 나누지 않아
‘상처주는 대화’ 부부간 대화 단절 요인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듯, 배우자도 흥얼거리게 한다
부부싸움서 언성 높이기보다 예의 갖춰 속내 털어놔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휴넷 가정행복발전소가 회원인 기혼 직장인 9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14년 5월 21일)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 ‘부부 사이의 대화가 충분한가’라고 묻자 응답자의 43.7%가 ‘보통이다’라고 답했고 37.0%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충분하다’는 의견은 19.3%에 불과했다. 또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2013년 11월 11일~ 16일)에서는 부부 3쌍 중 1쌍 꼴로 하루에 채 10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조사결과만 봐도 부부 사이에 대화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화는 곧 소통을 의미한다. 대화가 적으면 그만큼 소통의 폭이 좁아진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소통을 잘하면 아이들도 좋은 대화법을 배우게 되고 결국 가정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진정한 소통은 부부관계 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정’까지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소통의 부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부부간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통의 부재, ‘무관심’부터 깨트려야 한다

경북 안동에 사는 조모(40)씨는 신혼 때가 그립다. 처음 결혼했을 때를 ‘대학교 첫 입학’이라고 비유하는 그녀는 그렇게 행복하고 설렜었다. 설렘을 가득 안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다툼으로 얼룩졌다. 신혼 초에는 사소한 문제로 싸웠지만 갈수록 큰 문제로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이유는 남편의 외도 때문이었다.

조 씨는 “과거, 남편이 밤에 나가서 실컷 놀고 외박을 자주해 많이 다퉜다”고 말했다. 잦은 다툼 끝에 바람기는 잡혔지만 조 씨는 한편으로 늘 불안했다. 그녀는 “주변에서 말하기를 요즘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가 육체적인 게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남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는 여자에게 끌린다는 것.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조 씨는 남편이 미웠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애교를 부리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남편은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조 씨의 서운함은 극에 달했다. 그러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하고 5분 정도 이야기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요즘 그녀의 최대 고민은 ‘남편과의 소통 부재’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소통하지 않는 것은 싸우는 것 못지않게 심각한 일이다. 그렇다면 부부가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우리나라 부부 대부분이 서로에게 ‘상처주는 대화’를 한다. 문제는 자신이 하는 말이 상처를 주는지 아닌지 모를 때”라며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화는 결국 소통의 부재를 부른다”고 말했다.

조 씨와 반대로, 경기도 부천에 사는 강모(33) 씨는 남편과 대화를 자주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싸울 때도 있지만 싸움은 오래가지 않고 금방 풀린다. 지인들은 강 씨 부부를 잉꼬부부라며 부러워하곤 한다. 그 비결을 묻자 강 씨는 “우리는 사소한 일 조차 서로 공유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대화가 잘 통하니까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결혼 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결혼 2년 차임에도 신혼부부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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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위한 첫 걸음… 경청, 인정, 배려가 바탕돼야

대화의 시작은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수용이 경청의 시작인 셈이다. 더불어 부부라고 하면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서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함정이다.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가 편하고 행복하다.

아울러 상대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경청하려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저에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대방과의 소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신과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타인과의 소통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먼스피치 이진학 원장은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며 마음 속 깊이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대화의 기술은 그 다음 문제”라며 “내 방식대로 배우자를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통의 걸림돌”이라고 조언한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우리 가정의 가훈은 ‘직접, 솔직히, 부드럽게’다. 소통에 이것보다 중요한 원칙은 없다고 본다”며 “한국인들은 ‘직접, 솔직히’는 되는데 ‘부드럽게’ 가 잘 안 된다. 일단 분노가 생기면 7초만 기다린 후 말을 하면 분노는 사라진다”라며 부부사이의 배려를 강조했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결혼할 때 보면 여자들은 혼수 준비한다고 신경을 쓴다. 혼수나 집이 백년해로를 보장해주는 게 아니다. 백년해로를 위해 대화관련 책을 하나 사서 공부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내 사람이니까’… 배우자의 못난 점도 받아들여야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듯, 칭찬은 배우자를 흥얼거리게 한다. 조모(40) 씨는 “배우자에게 칭찬을 받으면 그것이 빈말이고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다”며 “빈말이라고 해도 서로 칭찬해주면 훨씬 사이가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에 사는 오모(36) 씨 역시 “경상도 남자라서 아내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무뚝뚝해 아내가 서운해 할 때가 많다”며 “그래도 아내가 반찬을 해오면 ‘난 우리 마누라 음식이 제일 맛있더라’라고 하거나 ‘오늘 의상, 좀 신경썼네?’라고 종종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소한 칭찬에 아내도 기뻐하고 그 모습을 보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은 외모, 남자는 능력에 대한 칭찬을 좋아한다. 아내에게 “오늘 파마했네, 머리 괜찮다”라고 하거나 남편에게 “도와줘서 고마워요” 등이 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일단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칭찬에도 방법이 있는데 무작정 좋은 말만 늘여놓는다면 오히려 기분이 상하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관심을 갖고 배우자를 지켜보며 칭찬거리를 찾아야 한다. 칭찬의 원칙은 ‘구체적으로, 진심을 담아, 웃음을 머금고’하는 것이다.

김대현 소장은 “사람은 들은 대로 행동하는 존재”라며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을 증명하고 싶어지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학 원장은 “칭찬보다 배우자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먼저 상대의 능력을 폄하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배우자의 능력, 외모 등을 과대평가하려고 애써야 한다. ‘내 사람이니까’라는 마음으로 못난 점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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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때는…‘미워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아무리 소통을 잘 하는 부부라도 부부싸움을 시작하게 되면 원수 사이가 된 마냥 서로를 비난하는 말들을 퍼붓이 오가게 된다. 이처럼 헐뜯고 화를 내다보면 의도치 않게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부부싸움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부부관계를 망치는 요인 중 하나인 부부싸움도 잘 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부부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니 그게 무엇인지 잘 안다. 상대방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부부 싸움을 시작하게 되면 상대의 자존심이나 치부를 건드리게 된다. 그러면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아무리 화가 나도 싸울 때는 마음을 차분히 하고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욕이나 막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폭력은 금해야 한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최모 씨(23)는 “남편은 본인이 화가 많이 나면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잠시 나갔다 온다. 남편이 밖에 나갔다 오면 그 사이에 서로 기분이 풀려있다”며 “서로 화를 가라앉힐 시간을 가지니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부부싸움을 할 때 끝장정신이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 소장은 “싸움을 할 때 서로 끝을 보려고 하면 계속 싸우게 되기 때문에 한 쪽에서 ‘그만 하자’고 말해야 한다”며 “‘화내는 것 1분만 참으면 모든 살인을 면할 수 있다’는 말처럼 부부싸움을 할 때도 조금만 참으면 극한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부부 싸움을 멈추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자리를 피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싸움을 피해 자리를 떠날 때도 요령이 있다고 조언한다. 되도록이면 집밖으로 나가는 것 보다는 베란다나 다른 방에 있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서로 싸우다가 한 사람이 밖으로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쑥스럽고 오히려 감정이 더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밖으로 나가게 될 때는 행선지를 밝히거나 언제쯤 들어오겠다는 말을 남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만약 말도 없이 집 밖으로 나왔을 경우 ‘당신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편의점에 나왔다. 곧 들어가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좋다.

사막에서 차가 빠졌을 때 먼저 해야 할 일은 타이어 공기를 빼는 것이라고 한다. 공기를 빼면 타이어가 평평해져서 바퀴 표면이 넓어지기 때문에 모래에서 쉽게 나올 수 있다. 이게 바로 타이어의 법칙이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필요한 것은 싸우는(바람을 넣는) 게 아니라 참고 기다리는(바람을 빼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자존심, 고집, 분노를 빼야 한다. 그래야 싸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밖에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결혼을 기적이라고 한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기 때문이다. 부부로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사랑이라 쓰고 아픔이라 부른다’라는 노래 제목처럼, 사랑(결혼)이 아픔으로 다가와 가슴을 후려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부부 사이도 행복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나와 다른 배우자를 인정하고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등…. 부부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결혼식 주례에서 자주 등장하는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고 싶다면 부부 갈등의 해결사인 ‘소통’에 귀기울이시라.


* 부부십계명

1. 두 사람이 동시에 화내지 마라.
2. 집에 불이 났을 때 외에는 고함지르지 마라.
3. 눈이 있어도 흠은 보지 말며, 입이 있어도 실수를 말하지 마라.
4. 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라.
5. 아픈 곳을 긁지 마라.
6. 분은 품고 침상에 들지 마라.
7. 처음 사랑을 잊지 마라.
8. 결코 단념하지 마라.
9. 숨기지 마라.
10. 본래의 중매자(하나님)를 따돌리지 마라.

출처: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중에서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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