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뉴시스

공군본부, 순직에서 일반사망으로 결론
김 일병,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공황상태 겪어
평소 A중위 질책으로 힘들어해
유가족이 고소장 접수하자 재수사 착수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듬직하고 친구 같았던 김경준 씨의 아들 김지훈. 그는 작년 2월 말, 공군에 입대했으며 그해 4월 22일, 비행단 보급대대로 자대배치를 받는다. 같은 해 5월 말, 비행단 본부단장실로 옮겨진 지 40여일 만인 7월 1일 새벽 4시쯤 경기도 성남비행장 부대 내에서 목숨을 끊었다. 사망한 날, 면회 온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고 밝게 웃으며 헤어졌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들은 세상을 등지고 하늘로 떠났다.

평소 씩씩하고 똑똑했던 아들의 믿을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죽었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김 일병이 사망한 후 군 헌병대는 부관인 A중위와 김 일병의 동료를 중심으로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 해 8월 초, 조사는 종결됐고 헌병대는 가혹행위라고 볼 수 없지만 김 일병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인정한다는 애매한 이유를 대며 공군본부에 순직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올 1월, 공군본부는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혹행위는 없었고, 김 일병이 입대 전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성격이 자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내세웠다. 그리고 유족에게는 ‘일반사망 보상금 600만원을 받아가라’는 안내문을 보낼 뿐이었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김 일병에 끈질긴 인격모독·가혹행위 있었나

평소 원만하고 밝은 성격이었던 아들의 죽음, 그리고 공군본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던 김 일병의 부모는 4월 9일 정보공개청구를 하게 된다. 정보공개청구는 김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동료들의 진술서를 비롯해 헌병대 수사보고서, 전공사망 심사결과 등의 자료였다. 해당 내용들을 본 부모는 미처 몰랐던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진술서에는 김 일병이 사망 전 A중위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으며 얼차려를 비롯한 폭언 등이 있었고 이 때문에 김 일병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일병의 단장실 선임이던 김 모씨는 “A중위가 ‘외울 것을 못 외웠다’는 등 김 일병이 단장실에 배치된 이튿날부터 사망 전날까지 매일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했던 시기인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김 일병은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공황상태인 것이 예비역 B씨와 의무대대 C중사 등의 면담을 통해 확인돼 국군 수도병원 신경정신과에 7월 3일 진료 예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6월 30일 김 일병은 박근혜 대통령 의전 업무에 투입됐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당시 박 대통령 의전업무 전, A중위는 김 일병에게 D단장의 정복의 단추를 달라고 했지만, 김 일병이 단추를 다는 일에 서툴자 A중위가 직접 단추를 달았다. 그러다가 A중위는 대통령이 예정보다 빨리 도착한다는 내용의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해 D단장에게 보고하지 못했고 결국 D단장이 지각하게 된다. A중위는 자신이 연락을 받지 못해 보고를 못 한 것임에도 김 일병에게 책임을 물으며 질책했다. 또 같은 날 면회실에서 선임 김 씨를 봤냐고 물었고 김 일병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중위는 이를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단, '거짓말 했다'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부관병 3명과 함께 완전군장 12바퀴 돌렸으며 김 일병 혼자 2바퀴를 더 뛰게 했다. 이전부터 김 일병에 대한 A중위의 가혹행위는 계속됐고 결국 이날의 충격으로 김 일병은 세상을 떠났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또한 A중위는 직무 교육기간에 해당하는 배속 이틀 후부터 끈질긴 인격모독을 했고, 다른 날에도 기억이 안 나 상황설명을 못한 것을 거짓말한다는 이유로 완전구보를 강요했다고 유가족 측은 말했다.

김 일병의 스트레스는 떠나기 직전 메모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기억이 안 나요, 생각이 안 나요, 나도 이런 변명 싫어했다. 그런데 진짜 기억이 안 나, 진짜 머릿 속이 하얗다, 하긴 나도 남 얘기였으면 거짓말 같을 거다, 정신차려야 되는데 나도 의지란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의지와 무관하게 논다’라는 메모를 숨지기 전에 남겼다.

하지만 당시 공군본부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구타·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의 억압적 행위가 없었으며 업무처리 미숙에 대한 동기부여로 상관 및 부서원 전원과 함께 무장구보(2회)를 실시하였는 바 이는 군인으로서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며 일반사망으로 판단한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 “김 일병, 밝고 쾌활한 친구였는데…”

유가족이 국방부에서 전달 받은 각종 진술서를 보면 공군본부의 판단과 달리 숨진 김 일병은 성격이나 정신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보급대대생활관 동료들의 진술에 따르면 “밝고 쾌활하며 예의바른 멋진 친구, 그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거나 단 본부 생활관 동료들은 “웃음이 많았고 짜증을 내거나 흥분한 적이 없다, 선임들에게 깍듯하고 후임에게 친절한 친구였지만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부관으로부터의 질책을 점점 힘들어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 친구였다”고 진술했다.

2013년 4월 24일에 진행된 전입신병의 초도 면담 결과에서도 ‘김 일병은 가정환경, 경제력 등의 문제가 없고 교제 중인 친구가 없다, 예의바르고 붙임성이 있는 등 활발한 외향적 성격이 보인다’고 쓰여 있었다.

반면 병사들이 작성한 A중위의 성격을 언급한 진술서에 따르면 ‘(A중위는) 타인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없고 자신의 논리대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김 일병을 매일 질책했다, 2-3일에 한번 오랫동안 질책하며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스타일’이라고 나와 있다.

이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유가족 측은 정신적 문제가 없던 김 일병이 A중위의 가혹행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선택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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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사건 축소·은폐 의혹 제기

현재 유가족은 가해자 A중위에 의해 세상을 떠났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D단장은 이를 방조했다며 가해자 처벌과 방관자 징계를 위한 재조사, 재심사를 공군본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김 일병 사망사건 이후 두 사람에게는 현재 아무 징계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유가족 측에 따르면 일반사망 통지 직전에 가해자로 지목된 A중위는 15비행단 사모 정비대대의 한 부서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관리감독 책임자인 D단장은 공군본부의 실장으로 승진했다.

유가족은 “김 일병의 사건이 있었음에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오히려 승진을 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둘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유가족 측은 5월 28일 가해자로 의심되는 A중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A중위의 평소 부하를 대하는 태도와 평가, 정신적 건강문제 나타내는 관련 서류를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 김 일병의 사망관련 심리부검서와 정신적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있지만 가해자로 의심되는 A중위의 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D단장과 공군 출신이었던 A중위 아버지와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A중위 아버지의 공군 근무(입대)시기와 A단장의 근무(입대)시기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다.

아울러 A중위 아버지가 현재 공군 관련 시설 운영에 참여한 배경과 유명배우인 누나의 공군홍보대사 임명의 이유와 시기를 알 수 있는 자료도 달라고 요청했다.

유가족 측은 D단장과 A중위 가족 간의 밀접한 관계가 존재해 이번 사건에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다.

유가족은 “공군장교 출신인 A중위 아버지와 D단장의 유착관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며 “사건의 축소 및 은폐 등이 있었는지 꼭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통상 정보공개신청 처리기간이 10일 걸리지만 보름이 지난 이달 12일에도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아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군본부 “현재 수사 진행 중…자세한 언급 어려워”

공군본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언급은 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A중위와 D단장의 유착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A중위가 자리를 옮기고 D단장이 승진을 한 것은 연말 인사이동 시기에 맞물려 옮긴 것”이라며 “D단장은 단장을 끝난 후 2013년 말에 지참부 1차장으로 있다가 2014년 3월에 감찰실장으로 진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D단장의 빈 자리를 다른 단장이 메우면서 2013년 말, A중위는 자리를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 진상규명 등을 위해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며 “대략 3개월 이내에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며, 결과가 나온 후 내부 재심의 조사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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