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훈 칼럼니스트
現 국가개발연구원장
現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투데이신문 김용훈 칼럼니스트】일본 국민들이 아베신조(あべしんぞう)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바로 인구 3900명의 오키나와 다케토미라는 작은 섬마을 사람들로서 일본 정부의 도 넘은 극우교육 움직임을 강경하게 반대하고 문부과학청에서 채택한 극우교과서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자국 내 반대세력을 고려한 일본당국은 개정 전 극우교과서를 부상조치법을 통해 최고 상위지구가 교과서를 채택했을 경우 거부하지 못하도록 지난 9일 개정 교과서를 무상조치법에 따라 법제화 했다. 우리로 말한다면 서울교육청이 정하면 서울관내 모든 학교들이 반드시 교육청의 지령을 적용해야한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다케토미 사람들은 이러한 법제화와 일본당국과 상위지구의 강압에도 끄덕하지 않고 강경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들이 거부하게 된 주된 목적이 일본정부의 우경화를 반대하거나 아베신조와의 정치세력이 다른 성향을 가진 지역주민이어서가 아니다. 이들은 사실자체인 팩트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주된 거부의사는 다음과 같다.

태평양전쟁 당시 인도의 독립을 계기로 동남아 국가들에게 선진화문화를 시도하려는 계기였다는 역설과 당시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일본정부는 자살을 강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의 폭격으로 인해 주민들이 극단적인 공포와 두려움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왜곡이 교과서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에 침략전쟁 당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다케토미 지역주민은 그러한 역사적 아픔과 사실을 왜곡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교과서 채택에 이전부터 강력하게 반대하며 지금껏 중립적인 교과서로 교육을 진행했다. 일본 당국은 이러한 사실과 반발을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다케토미 지역주민과 같이 우경화교과서를 거부할 수 있는 지역을 수용하고자 법을 개정하였지만 그마저도 빠져나간 다케토미 주민들의 의지와 의결권에 일본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에는 선택권이 아닌 강제권이 담긴 법률안 제정 때문에 다케토미 주민들의 교과서 채택 향방이 상위지구 교육위원회와 극우세력에게 초유의 관심이 됐다.

이러한 일본의 교과서 채택에 문제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우리 교육당국으로서는 이번 다케토미 지역의 교과서 채택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최근 들어 우리도 국정교과서 채택문제로 보수와 진보가 극단적인 각을 세우고 각 지역의 교육청과 학교에게 국정교과서 채택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때 국정교과서로 배우던 일선학교에서 교육에 새로운 문화가 불기 시작하면서 교과서 채택 문제는 학교의 재량권한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정치적 성향문제로 이내 다시금 국정교과서 채택을 두고 날선 공방과 함께 교육당국과 당사자인 학교는 매우 혼란에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허나 일본 정부 역시 일정 지구의 교육위원회에서 지정한 교과서는 상위지구 개념으로 그에 해당되는 지역에서는 무조건 학습하도록 강제력을 발휘하도록 하였으니 문제는 강제성과 독립성으로 나뉘어 왜곡이냐 진실이냐를 두고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왜곡된 교과서 강요권으로 다케토미 주민은 상위지구에 구성된 채택 지역을 스스로 지구영역이 아님을 부정하거나 탈퇴해 학교자체의결권으로 독자적인 교과서를 채택을 하려고 한다.

일본당국은 다케토미 지역주민의 거부의사에 그 동안 지원했던 교과서 구입자금을 끊겠다고 으름장과 함께 회유를 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입장은 강경했다. 지원금이 끊어지자 자체 내에서 기금을 마련하고 지원금을 대체해 자신들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다케토미 주민들은 미래 세대들에게 왜곡된 역사가 아닌 사실에 입각한 교육을 전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태도와 입장에 일본당국은 연일 놀라고 있지만 가장 큰 타격은 강경우익과 함께 역사왜곡을 조장하는 아베신조의 정치적 향방에 외국이 아닌 자국민의 반대에 큰 고심에 빠지고 있다.

그들은 일본의 작은 섬 주민들이다. 직접적인 전쟁피해자이지만 세월은 흘렀다. 굳이 중앙정부의 지시에 맞서 스스로 고립을 자조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겪은 전쟁 당시의 피해와 정신적 상처를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소신껏 의결권을 내세우는 다케토미 주민의 강단 있는 모습에 우리 국민과 정부는 배울 것이 많다. 진실의 굴절은 잠시나마 따가운 시선을 피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과오를 성과와 업적으로 변질시키며 도리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해악이 된다. 더욱이 역사관과 같이 자신들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고 왜곡하여 살아간다면 훗날 진실과 거짓이라는 이중성에 자신들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게 되므로 단순히 눈 가리고 아웅 거리는 식의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존재성과 이념을 잃어버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가 된다. 지금 일본은 국외적인 문제는 국제여론에도 뭇매를 맞고 있지만 자국 내 국민들에게도 서서히 외면 받고 있어 제국주의국가 부활이라는 정당성과 정체성에 표류하고 있다.

역사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이자 가장 솔직한 결과이다. 그런 역사를 부끄럽다하여 숨기고 치부를 자랑으로 왜곡해 설명하려 든다면 일본은 앞으로 신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장애가 된다. 얼마 되지 않은 인구의 작은 섬 다케토미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잘못된 정체성과 정당성을 바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작은 저항이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으나 물결은 좁고 짧더라도 원래 길을 가지 않으면 용처를 알 수 없는 오물이 될 수 있음을 지금 다케토미 주민들이 알려주고 있음을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 역시 좌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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