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료괴담> 저자 김철신 박사

   
▲ 김철신 박사 ⓒ투데이신문

우리나라 OECD 국가 중 의료 공공성·보장성 모두 최하위
의료민영화, 환자를 치료 대상 아닌 돈벌이 대상으로 부추겨
치료보다 예방차원에 강화된 의료시스템 구축 필요

【투데이신문 이광명 기자】여름이 오면 공포물이 기승을 부린다. 허구인 것을 알고 듣더라도 무서운 이야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듣기도 전에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호러영화보다 더 무섭다는 ‘의료괴담’이 떠돌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MBC PD수첩에 폭로된 바 있는 것처럼 R치과를 찾은 환자가 2개만 해도 되는 임플란트를 병원 말만 믿고 9개나 심었다가 턱뼈가 부러질 위험에 처했다는 괴담부터, 쉽게 고칠 수 있는 병도 더 큰 수술로 확대하도록 환자를 기만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의사들을 교육시키는 병원이 있다는 괴담까지 정말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모든 의료괴담의 뿌리에는 의료보험민영화와 병원의 영리화가 도사리고 있다.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돈벌이 대상으로 보도록 부추기는 의료민영화 및 영리화가 암암리에 촉수를 뻗어 우리의 고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동떨어진 윗분들의 정책이야기 같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당장 내가 병원에 가서 당할 수 있는 무서운 일들이 의료민영화와 영리화의 진행과 함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그럼에도 그게 어떻게, 왜,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아주 쉽게 의료민영화의 본질을 파헤친 ‘의료괴담’이란 책이 출간됐다. <투데이신문>이 책의 저자이자 동네병원의 치과의사인 김철신 박사를 만나 주사보다 무서운 영리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의료민영화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 치과의사협회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에 의료민영화나 영리화가 제도적으로 실행됐을 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 사례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해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들 체감을 못하고 있는데 실제로 국민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영리화나 민영화에 접근하는 책들이 와 닿지 않고 딱딱한 경우가 많더라. 당장 내일 내가 병원에 찾아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전문가들끼리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알아듣는 용어로만 설명하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다. 좀 더 쉽게 의료민영화나 영리화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

▲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 설명부터 필요할 것 같다.

- 일단 의료민영화는 의료행위로 발생하는 제반사항과 관련된 소유권에 대한 문제다. 정부는 의료 제공자가 누구인지와 의료 제공 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서 의료를 제공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공공기관으로 남아있으니까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협소한 의미의 해석이고, 의료행위를 누가 통제하고 누가 관리할 것인가 하는 부분까지 확장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의료의 공공성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다. 그런데 이것을 더욱이 민간기관으로 위임하고 민간에 방치해버리겠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에 나온 법안은 개인과 공공기관에 맡겨져 있던 의료제공권을 영리병원을 통해 주식회사나 외부 투자자들에게 넘겨줌으로써 공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던 부분을 완전히 사적인 부분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넓은 의미의 민영화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민영화다.

▲ 의료민영화의 핵심쟁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정책은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한 것과 그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리고 그 자회사에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부대사업이라는 것이 아파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그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결국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해서 장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부대사업 범위가 의료기기, 의약품, 기능성 화장품, 의료용품, 줄기세포 치료, 스파, 호텔까지 확장됐다. 또한 병원에 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들게 허용하고 거기에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게 했다. 쉽게 얘길 하면 병원에서 투자와 배당을 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병원이 세운 자회사에서 투자와 배당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게 집에는 투자와 배당이 안 되지만 그 집 안의 방에는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다는 꼴이다. 영리병원이 돈을 가진 사람이 의료에 투자하고 거기에서 나온 수익을 배당으로 가져가는 것인데 자회사에서 그 역할을 대신할 뿐 이건 영리병원과 비슷한 형태도 아니고 그냥 영리병원 그 자체다.

▲ 의료민영화의 대표적 정책 사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제4차투자활성화대책’이라고 하던데.

-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기본법을 둔다는 취지다. 그리고 교육부든 복지부든 각 부처들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고 위원회의 장을 기재부장관이 맡도록 돼있다. 의료를 완전히 경제부처에서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경제부처의 수장이 교육과 의료까지 포괄하는 세부정책을 총괄한다는 의미다. 자회사를 통한 투자활성화대책이 실제 실행프로그램이라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인 셈이다. 의료 민영화와 영리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 보건복지부 산하의 의료 분야가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는 것인가.

-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권한은 분명히 복지부가 가지고 있다고 반박을 하겠지만 전체적인 의료, 보건, 건강정책 등 국가 정책의 주된 줄기를 잡는 것을 경제부처가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나라 의료발전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가,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서비스산업으로의 특성을 강화할 것인가와 같은 큰 맥락을 기획재정부에서 총괄하게 될 것이다.

▲ 의료산업을 경제부처에서 주관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교육과 의료를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의료는 산업이 아니라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곳에서 파생되는 산업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을 완벽하게 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재부에서 관장을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나 경제부처관료들이 보건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은 일관되게 규제완화, 서비스 산업으로의 육성, 의료관광 활성화 쪽에 치우쳐있다. 단 한 번이라도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그런 곳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해온 행태를 보건데 매우 심각한 의료정책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샤오 교수가 “미국보다도 더 시장화된 것이 대한민국 의료시장이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도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대해 갖는 불만이 공공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병원들이 너무 상업적으로 돈만 밝히고, 보험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의료비 부담이 크기만 할 뿐 건강보험은 해주는 것이 없어 민간보험에 들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대책은 공공성을 더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 불만을 기화로 해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김철신 박사 ⓒ투데이신문

▲ 대표적 민영화 사례로 미국이 많이 거론된다. 미국의 민영화 폐해와 그를 통해 우리나라가 어떤 일들을 답습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다.

- 우리나라도 의료산업으로 파생되는 수입을 극대화 시켜 GDP를 높이겠다는 것인데 그 전형적인 예가 미국이다. 각종 규제를 다 없애서 의료를 철저하게 시장에 맡겨 버렸다. 의료분야는 정보의 비대칭성은 높고 가격 탄력성은 낮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통째로 시장에 내맡기자 돈은 많이 쓰면서 건강성과는 나빠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기업들조차 이런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보고 있느냐 하면 전국민건강보험이 안되어 있으니까 질 좋은 노동력을 쓰기위해서는 고용자를 위한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기업이 따로 구매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기업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개인 입장에서도 정부 건강보험이 없으니 스스로 알아보아야 하고, 너무나 상업적이기 때문에 비싸기만 할 뿐 보장성은 낮은 민간보험을 들어야만 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보험회사와 실랑이를 하느라 오히려 행정업무가 더 많아진다. 우리나라는 의료시스템을 관장하는 곳이 건강보험공단 하나지만 미국의 경우 개개 민간보험마다 프로그램이 다 다르니까 행정비용이 굉장히 낭비된다. 병원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 감수하고도 수익을 올려 투자 CEO들에게 천문학적인 연봉을 지불해야 하고, 외부 투자자에게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인 행위를 통해 수익극대화를 도모하게 된다. 이러니 영리병원 의료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US News & World Report>라는 시사주간지에서 매년 좋은 병원 랭킹을 발표하는데 지난 십 몇 년 간 1등부터 20등까지를 다 주립병원이나 대학병원같은 비영리병원이 차지했다. 미국 사례만 봐도 영리병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너무나 분명한데 조사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 밖에 더 되나. 절대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그냥 이념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영리병원이 되면 영업서비스가 좋아진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다.

▲ 그래도 일면 미국이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첨단 의료시설이나 의료기술이 발달된 측면도 있지 않나.

- 경쟁의 효율성이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림의 떡은 먹을 수 있는 떡이 아니다. 이번에 배우 안재욱씨도 미국에서 뇌졸중으로 쓰려져서 수술을 받고 병원비가 4억 5천만원이 나왔다. 굉장히 좋은 기술이 있지만 4억 5천만원을 지불해야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소수를 위한 것이지 국민을 위한 기술이 아닌 것이다. 소수의 몇몇 기업과 몇몇 기술자와 몇몇 재벌 및 자본을 제외하고는 미국 국민들 대다수는 그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심지어 미국 국민의 건강지표들이 그런 기술도 없는 코스타리카와 비슷하다. 영아 사망률, 평균수명 등이 코스타리카 수준이다. 미국이 GDP의 17%를 의료비에 쓰는데 그 돈을 공공의료에 쓰고 제대로 투자했다면 지금 미국 국민들은 훨씬 건강할 것이다. 미국에서 GDP의 17%를 넘어가는 항목이 의료비 외에는 없다. 국방비보다도 훨씬 더 많이 쓰고 있다. 그것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관리했으면 훨씬 더 뛰어난 기술이 나왔을 것이다. OECD는 GDP의 평균 10% 정도를 의료비에 쓰고, 영국은 10% 미만을 쓰는데도 미국보다 영아사망률도 낮고 평균수명도 높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공단 혼자 관리하고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혼자 평가를 하는데 평가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미국의 개별 보험회사 하나하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훨씬 더 큰 틀에서 국가적인 차원으로 시스템이 구축되어 그렇다. 우리나라 심평원 기술은 동남아에서 배우러 올 정도다.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영국의 경우 의료가 모두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영국은 사회 불평등 지수도 높고 사회복지 안전망도 잘 돼있지 않고 미국보다 소득도 낮지만 건강지표만큼은 미국보다 높다. 그것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해온 영국의 건강보험제도 NHS 덕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가가 의료에 대해서는 거의 무상으로 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영국에서 의료혜택을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영국은 기다리는 것이고 미국은 불가능한 것이다. 영국은 돈을 안 내고 기다려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은 돈이 없으면 아예 치료를 못 받는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비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절반 정도의 의료비를 쓰면서 성과는 훨씬 더 잘 나오고 있으면 영국이 훨씬 효율적이고 서비스가 좋다는 말 아니겠나.

▲ 의료분야가 시장화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을 낳는다는 점이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 의료라는 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고 경쟁이 치열해져서 의료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인데 그건 상상의 시장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상품시장도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마당에 의료의 경우는 더욱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작동되는 부분이 아니다. 가격탄력성도 매우 낮을뿐더러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정보의 비대칭성도 상당히 높아 당연한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케이스다. 비싸다고 해서 내가 죽어 가는데 치료를 안 받을 수도 없고, 내가 죽어간다고 그러는데 치료를 안 받을 수도 없는 측면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의료라는 것은 공공재로 국민의 기본권이다.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데 돈이 없다고 죽게 놔두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이 말은 의료는 상품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민간 기업에 내맡기는 것보다 국가가 개입해 공공성을 확대하고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OECD의 많은 국가들이 미국보다 훨씬 적은 돈을 쓰면서 건강성과는 더 높게 나타나는 것들이 그것이다. 건강하게 태어나 오래 사는 지표인 영아사망률이나 평균수명 모두 미국이 훨씬 뒤떨어진다. 태어나서도 엉망이고 죽을 때도 엉망이다. 그걸 왜 따라가려고 하는지 참 답답할 뿐이다.

▲ 우리나라 의료민영화의 전초현상으로 기업형사무장병원이 등장했다.

-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개인이 병원을 하려면 하나만 하든지 여러 개를 만들고 싶으면 법인을 만들어서 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이 사무장 병원의 경우는 관리회사까지 두고 한 개인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병원의 수익을 관리회사가 마음대로 가져간다. 그게 영리병원의 운영방식으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금지가 돼있다. 그런데 불법적으로 개인 명의를 빌려서 병원을 대규모로 만들고 관리사까지 두고 운영을 한다. 미국의 영리병원 폐해들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 의료 민영화 반대 거리 캠페인 ⓒ뉴시스

▲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목적전도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 물론 기존의 병원들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기업형사무장병원들이나 영리병원들은 오로지 영리만을 목적으로 나온 집단으로 영리추구의 동기가 훨씬 강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의료기관 설립의 최종적인 목표는 공익증진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윤추구의 동기가 훨씬 극대화 돼 나타나게 되면 위험하다. 이윤추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파는 것이니까 의료의 경우 진료를 많이 하게 된다. 그게 심한 경우 멀쩡한 곳을 뜯어 고치는 과잉진료로 이어진다. 과잉진료를 조장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의료진에게 기본급이 없이 진료에 대한 인센티브로 급여를 주는 것인데 건강보험진료에 대해서는 급여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비보험 치료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정상진단을 하지 않고 과잉진단을 해야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체계를 세팅해 놓는 곳도 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할 척추수술만 해도 2010년 기준으로 10년 새 6배가 증가했다. 일본의 7배 수준이다. 갑상선암 수술도 2012년 기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값비싼 MRI 촬영도 툭하면 권한다. 게다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질 낮은 치료재료를 쓰고 소위 ‘삐끼’같은 사람들을 동원해 환자 한 명당 얼마를 주며 병원으로 유인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그도 모자라 무자격자를 쓴다. 간단한 치료라도 사전과 사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의사가 꾸준히 경과를 지켜보며 돌봐줘야 하는데 환자의 얼굴도 모르는 ‘메뚜기 의사’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며 수술을 하고 그런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멋대로 판단해서 무자격자에게 떠맡겨 버리는 일들도 많다. 굉장히 위험천만하다.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다. 이게 돈 벌자고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뭔가.

▲ 의료민영화가 된다고 모든 병원이 영리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비영리병원과 공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 미국의 사례에서도 생생히 나타나지만 영리병원이 돈 되는 진료 외에는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무슨 전문병원이라고 해서 감기에 걸려서 가면 환자를 안 받아준다. 신경치료해서 이를 살려달라고 하면 안 해주고 이를 뽑아 임플란트를 하는 등 수익이 되는 일만 한다. 건강보험의 진료가 대부분 이를 살리거나 보존하는 쪽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런 진료는 하지 않고 단물빼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면 치아를 살리려는 일반 병원들은 점점 수익성이 악화돼 고사할 수밖에 없다. 건강관리를 해주고 약을 처방하는 곳보다 무리한 수술을 하는 곳만 살아남는 것이다. 물리치료받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어지고 인공관절을 넣어주는 곳만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동네 병원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광고를 하고 무리하게 장비를 들여 오다보면 비용이 상승하고, 무자격자들을 다 같이 쓰게 되고 그런 식으로 다들 물들어 가는 것이다. 그걸 뱀파이어효과라고도 한다. 모두 영리병원화 되어가는 것이다.

▲ 영리화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병원 수익금 전액이 의료시설에 재투자되는 지금의 시스템이 망가진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 지금 우리나라 의료법인의 수익은 고유목적사업에 재투자하도록 돼있다. 병원에서 발생한 수입은 병원 안에서 다 쓰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의료시설 확충이라든지 연구개발비 등 원래의 목적을 위해 수익금이 다시 투자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영리병원의 경우 똑같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배당을 해주고 나면 고유목적사업에 투자되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돈도 더 많이 쓰면서 의료의 질은 더 떨어지는 꼴이다.

▲ 우리나라의 의료민영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나.

- 우리나라는 의료의 건강보험보장성이나 공공성 수준이 OECD 국가 중 모두 하위권이다. 제일 취약한 공공의료의 기반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민영화 정도를 따질 개제가 아니다. 오히려 공공의료의 비율을 높이고 보장성 확대를 해야 할 실정이다. 그런데 이것을 줄이고 축소되는 정책방향을 취하고 있으니 OECD 대다수의 국가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역행하고 있는 꼴이다.

▲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에 대해 국민들 대다수가 공공성과 보장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OECD 중 최하위권이라니 의외다.

- 공공의료비율이 미국이 굉장히 취약하다고 하지만 20%가 넘는데 우리나라가 6~7% 수준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은 50%가 넘는다. 국가의 공적보장 즉 공적인 영역에서 진료비를 보장하는 것이 OECD평균이 75~80%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는 55~60% 수준이다. 공공의료 비율은 거의 꼴찌 수준이고 건강보험 보장성 부분은 거의 꼴찌에서 몇 번째 그런 정도다. 그나마 전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있지만 그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전국민건강보험이 되긴 하지만 보험이 안 되는 항목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병실료다. 수술은 보험이 돼서 받았는데 병실료가 수술비보다 더 나온다. 또 여러 가지 수술 중에 뭐라 이름 붙은 좋은 수술들은 다 비보험이다. 간병인도 보험이 안 되니까 그냥 다 가족들이 가서 해야 된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취약한 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에 대해서 기반만 겨우 만들어 놓은 수준이다. 건강보험제도가 세계에 내놓을 굉장히 자랑스러운 제도라고 할 개제가 아니다. 그냥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이걸 기반으로 해서 늘려나가야지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기재부나 경제관료들이나 경제신문들이 규제가 많다고들 떠드니까 그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영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100%인데? 프랑스나 모든 유럽나라, 일본도 70%가 넘는다. 우리나라가 훨씬 떨어진다.

▲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일원으로 의료법 위반 병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다닌 경험이 있던데 기억나는 사례가 있나.

- 조사 중 한 병원에 들어가 보니 책임의사가 없었다. 각 병원에는 의료기관 신고증이 있고 이 병원은 어떤 의사가 책임자라는 것이 명시돼있다. 진료기록부라는 굉장히 중요한 개인 정보를 관리할 책임뿐만 아니라 환자를 진료할 책임, 사고가 났을 때 돌볼 책임, 의료시설을 돌볼 책임을 말하는 건데 그 사람이 서류상으로만 있고 실제 진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고발조치를 했다. 몇 군데 안 들르고 바로 적발했다. 이미 그런 불법이 만연해있는 것이다.

   
▲ 김철신 박사 ⓒ투데이신문

▲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 일단 의료는 효율적이 되려면 공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는 시장에 맡겨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서비스의 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경쟁이 없어서도 안 된다. 국가가 그런 부분을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는 동네에서 내가 편하게 가서 꾸준히 상담을 받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잘 돼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질환이 3차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동네병원에서 진찰하고 진료하는 것이 가능한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무너져서 작은 병도 죄다 큰 병원으로 간다. 그러니 동네까지 큰 병을 고치려고 MRI나 CT촬영기기를 들여놓고 그러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동네병원이 바로 곁에서 간단한 질병들을 치료하고 심각한 질환을 스트리밍하고, 큰 병원은 작은 병원에서 보낸 심각한 환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지금은 전부다 달려들어 아무런 룰도 없는 상태로 개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영세한 동네병원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걸어가서 간단하게 바로 진료 받을 수 있는 병들도 차를 타고 가 기다려서 훨씬 비싼 값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1차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잘 해냄으로써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쉽게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그러나 큰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까봐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만약 암에 걸렸는데 동네 병원에서는 그걸 발견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 그런 조기진단을 위해 건강검진이 있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치료차원 보다는 예방차원이 더욱 강화된 의료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국민들이 질병의 위험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니까 그것을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국가가 그런 불안감을 이용해서 더 돈을 벌도록 국민을 내어주는 격이니 아주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요즘은 보건의료정책이라는 말보다는 건강정책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의료행위를 통해서 국민들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취지다. 의료행위를 통해서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 보건사업을 통해서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 국민들을 교육해서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 이런 여러 가지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면서 국민들을 어떻게 건강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 끝으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 이번에 발표한 정부 정책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의료법에서 영리병원과 투자배당을 금지하고 있는데 자회사를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은 모법을 어기는 것이다. 일단 이런 정책들은 폐기돼야 하고 대신에 보장성을 넓히고 공공의료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통해 적어도 OECD평균 수준까지는 미칠 수 있는 공공의료정책을 펼쳐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문제를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대선공약부터 제대로 실현하라는 말이다. 이 모든 책임이 국가에 있으니까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요구를 해야 한다. 열린 공간인 선거를 통해서도 할 수 있겠고, 정책에 대한 의견도 내고, 여론도 조성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는지 감시를 해야 한다. 병원 가서 오히려 병을 얻어 오는 경우도 많지 않나. 환자 스스로도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좋은 병원이 무엇이고 나를 정말 잘 돌봐줄 곳이 어디인지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휴대폰만 해도 꼼꼼히 알아보고 사고 그러는데 자기 병에 대해서는 그것을 치료하는 곳을 고르는데 너무 쉽게 생각을 한다. 훨씬 더 많이 알아보고 무엇이 올바른 정책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건의료는 병원도 중요하지만 그 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시스템에 의해서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미국이다. 굉장히 훌륭한 의사들이 있지만 그 의사들을 둘러싸고 있는 시스템에 의해서 그 기술이 낭비되고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그 병원 자체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환자라면, 국민이라면 그 병원과 의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좋은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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